아름다운동행

엄마입니다

완생 l 직본직보
2023.03.18 20:59 | 조회 2.1k

아침에 사회일에 대해서 썼다가, 혹시라도 집안일 하시는 분들 씁쓸해하실까봐 부랴부랴 다시 글 써봐요. 저는 아주아주 부족한 엄마입니다.

11년생 딸 아이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만, 그도 벅차서 낑낑댑니다. 회사일만 할줄 알았지, 요리도 못 하고 집안일도 서툴고, 아이의 짜증에는 더 크게 짜증내는 못되고 부족한 엄마입니다.

사실 아이 태어나자마자 저 편히 일하라며 시어머니께서 많이 돌봐주셨고요, 5~7세 때는 아침7시부터 저녁8시까지 문 여는 회사 어린이집이 정말 많이 키워줬습니다. 제가 아이 어릴때 한 일이라고는 딱 세 가지 입니다.

1. 미싱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옷 만들기

2. 자영업 남편 때문에, 주말이나 휴가때는 아이만 데리고 온갖 체험학습, 여행 다니기(저를 싱글맘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꺼에요 ㅎ)

3. 그림 그려주기

제 대학때 전공이 시각디자인입니다. 그림을 남들보다 아주 조금은 잘 그릴 수 있죠. 그래서 아이가 그려달라는 만화 캐릭터들을 공주부터 로봇까지, 사람, 동물, 괴물, 식물 가리지않고 닥치는대로 수없이 그려줬습니다. 치렁치렁 공주 머리와 레이스 옷, 변신 로봇의 관절들 그리며 오만상을 썼죠.

그랬더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자랑할것 이야기 숙제로 만들어가는데 고른 주제와 제목이 <엄마입니다>였어요. 부족한 엄마를 우리 애는 그래도 자랑하고 싶었나봐요.

이 그림들은 그때 그렸던 수많은 것 중 일부인데, 이런 식으로 그렸어요. 아이가 인터넷에서 좋아하는 캐릭터 사진을 가져오면, 그걸 옆에 놓고 최대한 똑같이 그려줘요. 아이는 옆에서 그런 저를 흉내내고요. 제 그림이 완성되면 아이가 좋아라 가져가서 열심히 색칠합니다.

이렇게 수없이 하고났더니, 우리 아이는 이제 저보다 훨씬 더 즐겁게 훨씬 더 잘 그려요. 아래는 초등학교 입학 후, 아이 혼자 그린 것들이에요. 피곤에 쩔어 그림 그려줬던 나날이 헛되지않은 것 같아 뿌듯하죠.

쓰다보니 또다시 저의 자랑질이 되버린 것 같아 죄송한데, 저는 집안일과 육아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들 존경합니다. 평소에도 힘든 일을 아프시면서도 하고 계신 환우분들은 정말 존경하고요. 그리고 저처럼 워킹맘으로 한없이 부족해도, 암환자가 되어버렸어도, 살아있는 동안에 뭔가 하나는 아이에게 잘 해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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