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빨리 가라고해서 미안해 내 마음은 그게 아니였어

뚜비 514
2023.07.10 11:59 | 조회 3.2k

엄마를 보내드린지 6개월이 되어가네요...

엄마를 보내드리고 탈퇴했던 카페에 다시 가입했어요

엄마가 아프던 때에 떨리는 마음으로 매일 카페에 들어와 엄마와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의 글과 댓글들을 찾아보며 정보를 얻고, 지옥과 천국을 오갔던 그때라도 그리워 찾게 되었나봐요...

엄마가 고생하며 간게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 힘겨운 요즘이네요..

겁은 많지만 딸자식 일이라면 무조건 딸편이라며 발 벗고 나섰던 천사같은 나의 엄마!

지금은 좀 편안할까?

처음 급성백혈병을 진단받았던 2021년 11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의 모습을 잊지 못해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종이들과 좌절감과 상실감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소파에 앉아있던 아빠

실컷 울어 퉁퉁 부은 눈을 티내지 않으려 크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방에서 나오는 엄마.

'너희 엄마가 급성백혈병이란다' 하던 아빠의 말에 나는 다시 되묻고 또 다시 되물었어

그냥 소화가 잘되지않고 기력이 유달리 떨어졌던 일주일을 보냈을 뿐이였는데..

단순히 장염이나 뭐 그저그런 지나가는 감기같은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울고 좌절할 틈도 없이 엄마 손을 붙잡고 '엄마 별거 아니야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데 우리 정신바짝 차리고 이겨나가보자' 했었지만 내 가슴에 누군가 큰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머리가 하얘졌어

태어나서 처음느껴보는 공포감이였는데 그때 엄마는 어땠을까

지옥같았던 항암치료도 꿋꿋하게 잘 받고 병실에서도 간호사 언니들이랑 같은방 환우들과 잘지냈다고해서 감히 안심했는데..

엄마는 그 지옥을 버텨내고있는데 나 혼자 편하게 잘먹고 잘자고 잘지내서 너무 미안했어

당연히 이겨낼 줄 알아서.. 잘 지나갈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 너무 미안해

골수이식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 판정을 받았던 그날

회사에서 소식 듣자마자 집으로 오는길에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나

그날 집에와서 엄마 손을 잡고 한참을 울며 엄마는 강하지 않냐고 제발 버텨달라고 울고불고 감히..감히 그랬지..

항암치료를 위한 입원 날짜가 정해졌지만 엄마는 매일 밤 열에 시달리고 다리통증을 호소하다 입원하기 하루 전 날 고열로 응급실에 갔고 그길로 바로 입원수속을 밟았어

나는 입원 마지막 일주일동안 상주 보호자로 있기로 했고 그 전까지 간병해주시는 여사님께서 계시기로 했었지

난 그곳을 들어가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어 엄마가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지를..

이럴줄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내가 들어가있을걸 하며 정말 많이 후회했어

내가 들어갔을때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였어

병동도 아니고 치료실에 혼자 격리되어 온갖 약물을 주렁주렁 달고 퉁퉁 부은 얼굴로 애써 웃으며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반갑다고 보고싶었다고 하는데 난 놀래지 않으려고, 나도 보고싶었다며 웃어보이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몰라

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엄마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 천국과 지옥을 오갔지만 그 시간이라도 나에게 허락되었음에 감사해

아직도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얼른 털어버리려고 하는데..

가끔은 엄마가 고통스러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를 때 일부러 더 생생하게 떠올리며 죄책감과 그리움에 펑펑 울곤해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내성이 생겨 그때 생각이 나더라도 덤덤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의사가 들어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면 겨우겨우 웃으면서 아직은 멀쩡하다고 하다가도 뒤에서는 정말 살고싶다고 너무 무섭다며 울먹이던 모습..

주사바늘을 더이상 꽂을 곳이 없을만큼 온몸에 잔뜩 달려있던 약물들..

이바늘 저바늘 찔려대는 통에 멍투성이가 된 손목 그리고 팔과 발목...

먹는걸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다른 사람들 모두 보호자와 도란도란 그릇을 비울때 혼자서만 죽 한숟갈도 넘기지 못했던 매 식사시간들..

새벽에 고열에 시달리며 한숨도 못자고 외롭게 혼자 버티고 버티다 나를 깨우고 미안하다고 울던 모습과 아픈게 한심하다며 자책하고 스스로 머리를 때리면 엄마 탓이 아니라고 말리던 그 순간들..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이 매번 시끄러웠던 기계소리 달려오던 간호사들.. 엄마가 열이 나는지도 아픈지도 알아채지 못하며 혼자 잠에 빠져있던 바보같은 시간들..

그 힘든 와중에도 따뜻하게 내 등을 쓸어주던 손길.. 그리고 약에 취해 내가 누군지 기억조차 못하던 그 새벽들...

1월 28일 엄마 퇴원일에 함께 나오려고 했는데 1월 26일 결국 나 혼자 나왔네

재발 판정 받은지 1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날 눈이 참 많이 내렸었는데 엄마 그렇게 보낼 줄 알았으면 차갑고 외롭고 시끄러운 치료실 말고 2인실 창가자리에서 소복히 쌓인 예쁜 눈이나 실컷 보여주고 보내줄걸 아직도 후회가 돼

마지막에 빨리 가라고한거..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였다는거 엄마 이제는 알지???

참 예쁜 꽃같이 환한 미소로 항상 나를 응원한다던 우리 엄마

딸 혼내던 날엔 자책속에 하루를 보내고 밤이되면 미안하다고 훌쩍훌쩍 울며 슬쩍 방문을 두드리던 마음약한 우리 엄마

천사같이 착하고 순수한 엄마가 살기엔 세상은 너무 위험해

이 험한 세상속에서 이렇게 이기적이고 못난딸을 27년 내내 이쁘다 이쁘다 잘 키워줘서 고마웠어

아빠랑 언니는 내가 지켜줄거야 거기선 여기서처럼 환하게 웃기만 하셩

죽은 사람은 생일이 아니라 기일을 챙겨주는 거라던데..

엄마없이 보내는 엄마생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챙겨줄게

이따보자 너무 사랑하고 보고싶은 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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