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았네. 수업 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첫눈 온다고 창밖만 바라보던 정근이, 꼴찌가 좋다며 툭하면 수업 빼먹던 민철이, 부모 몰래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져 여섯 달 꼬박 병원 신세 지던 동준이, 부모 이혼하고 난 뒤에 학비조차 내지 못하던 순식이...... . 그 못난 것들이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말이야, 틈틈이 못난 스승을 찾아와 위로하고 간다는 것을. 그 못난 것들이 하나같이 땀 흘려 일해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린다는 것을.
서정홍 시인의 <못난 것들이>
일 년 가까이 자출을 하다 보니 낯익은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어떤 이와는 반갑고 손을 흔들며 소리 내어 인사말을 나누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오늘도 나오셨네 ’ 나 혼자 혼잣말로 눈인사를 건네는 분이 계십니다. 그중에는 짐작건대 중풍으로 다리가 마비된 후 재활치료를 위해 딸과 걷는 어머님이 계시는데 뵐수록 걷는 것도 좋아지시고 얼굴 표정도 환해지셨으며 무엇보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나 오늘은 아예 딸 손을 뿌리치고 혼자 씩씩하게 걷고 계시더군요. 자전거로 스쳐 지나갔으니 그분은 저를 모르겠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자전거에서 내려 그동안 지켜보았는데 좋아지는 모습 보니 너무 좋았다고 인사드리고 앞으로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는 덕담을 건네고 싶습니다.
우리네 세상살이 뉴스를 보고 있자면 어떻게 그렇게 악인들이 판을 치고 서로 미워하고 못되게 구는 것만 뉴스로 나오는지 더러워서 못 살겠다 싶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머니와 한강을 걸으며 재활을 돕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울컥 치밀어 괜히 먼 산 보며 헛기침을 하게 됩니다.
오늘 못난 것들이라는 시를 읽으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라고 시작하는 신경림 시인의 파장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첫 구절만 읽어도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네 나 같이 못난 친구들이 떠올라서입니다. 아마 잘난 분들은 결코 이런 기분을 모르실겁니다. 그분들은 서로 내가 잘났니 니가 못났니 얼굴 붉히느라 그럴 틈이 없을테지요.
오늘 보내드리는 사진은 양화진 공원의 모습입니다. 사시사철 고요하고 꽃이 끊이지 않는 저의 사진 텃밭입니다. 중풍을 이겨내고 잘 걷고 있는 자출 친구에게 그리고 이 세상 못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래가 있어 사진과 함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