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장수치로 인해 진행되지 못했던 엄마의 두 번째 항암치료가 오늘 있었습니다.
주말동안 열심히 드시고 물도 많이 드셨던 엄마는
얼굴빛도 많이 밝아지시고 치료에 대한 의지도 더 강해지셔서 어제 오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입원하셨습니다.
첫 항암때 부작용이 심했던터라 담당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 모두 마음 많이 써주셨고
주변의 감사한 분들께서도 기도와 격려로 지켜봐주셨던 덕분에
신장수치도 정상범위는 아니지만 많이 안정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큰 감사인지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 엄마는 물끄러미 떨어지는 주사액을 바라보고 계시더라구요.
제가 약 들어가는 것을 지켜볼테니 눈이라도 붙이시라고 해도 고개만 가로저으시며 계속 항암주사만 바라보셨습니다.
오전 11시 30분경 시작된 항암주사는 오후 1시가 되어서 끝이 났습니다.
항암주사를 뻬고 수액이 들어가자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 나, 대화하고 있었어..
나 : 누구랑?
엄마 : 항암제랑..
나 : 뭐라고 했는데?
엄마 : 항암제야, 우리 첫 만남은 좀 힘들었지만 아줌마는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러니까 아줌마 몸에 들어가면 아줌마를 지켜주는 세포들하고는 많이 싸우지 말고
아줌마 힘들게 하는 암세포랑 더 열심히 싸워야해.
그리고 아줌마는 밥도 잘 먹고 물도 많이 마셔서 너희들 얼른 내보낼테니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해! 너랑 나 친하게 지내자~ 라고 했지..
1953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63세인 엄마는 152cm, 47kg으로 자그마한 어르신입니다.
그 작은 몸에 암세포를 숨기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니 제 평생 매일을 마주한 엄마의 얼굴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사실 두 번째 항암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엄마는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참 많이 낙심하고 기운이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몸살도 나고 병원을 오가는 일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는데,
오히려 엄마는 그 부작용을 직접 겪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겁먹지 않으셨고 실망하지 않으셨더군요.
너무 흔한 이야기이지만, 역시 어머니라는 존재는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가뿐하지만 또 2~3일이 지나면 부작용이 찾아와 엄마와 저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미리 걱정하지는 않기도 했습니다.
항암제가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면 이번에는 너무 힘드시지 않게 자신들의 일을 잘 해내겠죠?
기도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그리고 지금 이 시간 길지만 이긴 싸움을 함께 싸우는 분들이 계시기에
외롭지 않은 든든한 하루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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