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당신이 떠난지 벌써 3개월...

인곡
2015.09.11 19:05 | 조회 3.3k
사랑하는 여보,
벌써 3개월이 되어 갑니다.
마지막 호흡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여
또 눈가가 흐려지네요.

사실 많이 미안해요.
잘 못 하고 있어요.
아빠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고
엄마의 빈자리는 황량하기만 하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가사일은
상한음식 버리는게 일상이 되고
솔직히 엉망입니다.

집은 아직도 그대로예요.
당신 가방, 옷, 신발 등등
뭐 하나 바뀐게 없어요.
심지어 침대 위 베게도 그대로예요.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며
속으로 아픔을 삼키며
묵묵히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네요.

나는 나대로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며
묵묵히 집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결혼한 지 22년이 되는 날이군요.
항상 함께 했었는데
처음으로 당신이 함께하지 못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하루종일 우울해지더군요.

오늘 당신보다 6개월 일찍 세상을 뜬
당신의 가장 친한친구 남편으로부터
우리의 결혼기념일 기억하고
문자메시지가 왔었어요.

두 가족 참 친했었는데
이제는
두 남자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솟아오르는 아픔에 통곡을 할까봐
만나자는 이야기를 서로 못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납골묘원에 찾아가고 싶은데,
현실이 허용을 하지 않아서 더 안타깝네요.

며칠 후가 추석입니다.
명정 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리다.
날씨도 선선하니 돗자리 깔고
서로 천천히 이야기 나눕시다.

아이들과 집안일 챙기느라
정신없이 지내느라 힘을 냈었는데
오늘 괜스리 마음이 약해져서
당신에게 두서없는 푸념하네요.

걱정말고
아이들 잘 키우는 모습
잘 살아가는 모습들을
미소지으며 편안히 지켜보구려.

영원히 사랑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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