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암이 퍼진 상태신데...
이제껏 마약성 진통제로 의연하게 버티셨는데
이제는 힘드신가 봐요
펜타닐로도 이겨낼 수 없는 고통...
저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데
이제는 펜타닐도 효과가 별로 없나 봅니다
링거 마취제나 그런 것들을 고려하고 있나 봐요
아버지는 늘 괜찮은 척하셨는데
이제는 짜증도 내시고 신경질도 부쩍 느셨어요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으니 너무 미안하고 슬퍼요
제가 아버지 속을 안 썩였으면 아버지는 암에 안 걸리셨을 거 같아요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아버지가 저 때문에 속도 많이 상하셨고 몇 년 전 제 말 듣고 한 어떤 선택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도 많으셨어요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때 암이 시작됐더라고요
제가 아버지에게 스트레스로 암을 드린 것 같아요
아버지가 암 4기 진단을 받으셨을때 최대한 제 곁에 있어주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우시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두 달 뒤 있을 남동생의 결혼식을 생각하며 버티고 계시겠지요
평온하게 살아온 저의 인생에 이렇게 가장 소중한 존재의 비극이 일어날지 몰랐어요...
아버지가 암에 걸리신 것 그 자체보다...
그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요즘은 어르신들 다 너무 젊던데
다들 은퇴하고 정정하게 여행다닐 나이에...
제가 아버지를 평균 수명보다 한참 일찍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조부모님도 외할아버지 빼고는 모두 큰 고통 없이 80세가 넘게 살다가 가셨기 때문에..
저의 아버지도 그렇게 당연히 제 곁에 오래 있어주시리라 생각했어요
하필 아버지가 나 때문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암에 걸렸다는 생각에 너무 미안하고...
그래도 저에게 아직까지 그 어떤 탓도 안하는 아버지가 너무 감사하네요
시간을 돌린다면....
아버지 마음 편하시도록 남들처럼 속 안 썩이고 살았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이제는 너무 아프셔서 퇴원도 못하시고
면회도 힘들어지시는 것 같은데....
부디 이 힘든 시기가 일시적이고...
고통이 나아지고 아버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투병을 이어가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 가족의 투병으로 힘드신 분들이 저 말고도 많으실 거예요
바라시는 바 기도하시는 바 모두 이뤄지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