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출근해? 아내의 물음을 뒤로하고 짐을 챙겨 일찍 출근길을 나섰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여의도공원에 핀 벚꽃을 보러 가기 위함이었습니다. 가는 중간에 양지바른 곳에 핀 벚꽃 몇 그루가 손짓을 하였지만 저는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공원에 가면 눈부시게 핀 벚꽃들이 줄을 서서 나를 기다릴 거라 생각해서 마음이 바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벚꽃 명소인 여의도 공원으로 가는 여우굴을 빠져나가면서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아무리 찾아도 벚꽃이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여의도는 아직 벚꽃 시즌이 아니었네요 이삼일 후부터 피기 시작하여 이번 주말이 절정에 다다를 듯싶습니다.
아쉬운 마음 달래려 한강 누에공원에 가서 살구나무 꽃과 앵두나무 꽃 구경하면서 달달한 믹스 커피 한잔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살구나무 꽃은 이미 절정을 지나 하나둘씩 꽃잎을 떨구기 시작했더군요. 4월의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내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꽃잎을 떨구는 사월의 바람을 보니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는 정해종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정해종
거리엔 꽃을 든 여인들 분주하고
살아 있는 것들 모두 살아 있으니
말좀 걸어 달라고 종알대고
마음속으론 황사바람만 몰려오는데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어도 거센 바람이 되어서
모래와 먼지들을 데리고 멀리 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나라
어느 하늘 한쪽을
자욱히 물들이고 싶다
일렁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