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쓰고 장루하고 케모 꽂고 복직한지 어언 2년 4개월. 복직하고나서도 남은 항암 2회, 복원수술, 담낭제거를 거쳐, 항암약과 수술 여파로 머리가 다시 잘 돌아가기까지는 8개월. 그때부터 죽자사자 일한 기간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1년 8개월인가봅니다.
정상적이라면 최소 5명이 투입되도 힘든 과제. 저 혼자 이 부서 저 부서 쫓아다니며 고군분투했는데, 출시일 다가올수록 더욱 힘들고, 이제 더 이상 못 하겠다는 말이 목구멍에 데롱데롱 매달려있어요.
어제는 참다못해 내가 1년 8개월동안 고생하는거 뻔히 보면서 절대 일 안하려고 외면하는 사람들과, 또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사람들과 싸우고 몸과 마음 모두 피곤에 절어 '아, 이러다 일 나겠다' 싶었어요. 병가때 내가 다시는 일 못 할거라 생각하고, 지나온 세월 제대로 후회없이 일한 적 없다 생각해서 무용지물 같이 느껴지던 삶. 다행히 복직해서, 언젠가는 세상 떠나야할때 똑같은 마음 안 느끼겠다고 최선을 다해서 하고자 한 일. 그런데 문득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무식하게 건강도 못 챙기고 가정도 못 챙기고 일하다가 얻게되는 다른 후회는 생각도 안 하는지, 이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정말 내 인생 뿌듯하고 보람차다는 결과물이 나올지. 뭐한다고 이러고 있는지 참. 바보 멍청이 중에 똥멍청이. 라고 스스로를 욕하며 변기에 앉아 있습니다. ^^; 엊그제부터 비정상적인 배변양상으로 20번 이상 찔끔찔끔 나오네요. 음식 잘못 먹은게 없는데 역시 스트레스인가 싶고. 항문은 쓰리고 아프고 피나고 그래서 바세린과 늘 함께 하고.
이제 출근하려고해요. 해외에서 파트너사 개발자들도 오는데 아무도 챙긴다는 이 없어서 제가 챙기며, 제 일은 일대로 하고, 남이 일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하루종일 있어야해요.
흠. 이렇게 일하는거 마지막이다. 생각합니다. 정말 마지막이에요. 이제 다른 길을 가야겠어요. 새벽에 동행분들 글 읽고 읽으며 그리 생각합니다.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가.
ps. 댓글로 많은 걱정과 위로, 조언주셔서 감사해요. 사람 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나, 한바탕 했더니 같은 부서 사람들은 그나마 하는 시늉을 조금이라도 하고, 해외파트너사 응대도 이 부서 저 부서 저를 가여이 여겨주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잘 했습니다. 월말이라 제한 시간 전에 회사 문 나서야해서 일찌감치 퇴근하여 헬스장 가서 저질체력 인간으로 잠시 걷기라도 하고, 사우나도 했습니다. 제 자신을 잘 챙기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