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덕수궁 산책 - 정설연 시인의 <36.5도>

미카엘2015ㅣ설본
2024.05.31 15:45 | 조회 112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달이라 고궁이 모두 무료입장입니다. 이런 날은 입장료가 비싼 곳에 가야 하는데 저희 부부는 입장료 천원인 덕수궁을 향했습니다. 덕수궁 주변에 저희가 잘 다니는 맛집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월은 모란과 장미 외에 다른 꽃이 있을까 싶었는데 산매화라고도 불리는 고광나무와 싸리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고 여름에 피는 배롱나무는 곧 꽃 필 준비로 분주해 보입니다. 아 그리고 빨간 앵두가 탐스럽게 열려있어 꽃보다 더 인기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처럼 아주 예쁜 처녀들의 모습을 정동길 걷다가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덕수궁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폐지를 담은 수레를 끌고 경사 길을 힘겹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저는 가던 길 멈추고 수레를 밀어 드려야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처녀 두 사람이 쪼르르 달려와 망설이지 않고 수레를 뒤에서 그것도 티 나지 않게 밀어 주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구나' 실감나게 깨달았습니다.

악수는 전쟁터에서 ‘나는 무기가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상대의 체온과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정설연 시인의 <36.5도>를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정동길과 덕수궁에서 만난 36.5도 따뜻한 풍경을 전해드리오니 부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36.5도

뜨거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힘이 들어 주저앉아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을 때

누군가 아무 말 없이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줬을 때 알았습니다

가슴이 저려서 꾸욱 누를 때

누군가 아무 말 없이

손을 가만히 잡아 줬을 때 알았습니다

이 온도가 따듯한 것이었구나, 라고요

36.5도

뜨거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햇살 좋은 날에 내어 널었던 이불을

어머니께서 아무 말 없이 꺼내 주실 때

이불 속 고슬고슬한 햇살 냄새에서 알았습니다

이 온도가 따듯한 것이었구나, 라고요

36.5도

뜨거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세월의 물결에 떠밀려 정신없이 살아지다

내 속에 숨어 살던 여린 모습의 자아를 만나

나에게로 오는 길에서 시를 만나

실컷 울고 나 편안해질 때

이 온도가 따듯한 것이었구나, 라고요

딱, 36.5도로 살아내고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움도 아픔도

딱, 36.5도 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몸의 온도로 말입니다

아, 이 정도가 36.5도인 거구나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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