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미카엘2015ㅣ설본
2024.06.11 16:58 | 조회 159

사금

호세 에밀리오 파코체

십 대 때부터 나는 금을 찾아다녔지.

모든 산골짜기 개울마다

내가 파헤친 모래는

사막이 되고도 남았어.

하지만 아무 금속도 발견하지 못했어.

기껏 구리 동전 몇 개와

돌멩이, 반짝이는 뼛조각, 잡동사니뿐.

왔던 것처럼 나는 떠날 거야.

그러나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니었어.

비록 내 두 손 사이로 모래는 빠져나갔지만

모래가 내게 준 끝없는 기쁨이 있었으니

한번 시도해 본다는 것.

얼마 전 자출 하면서 FM에서 들은 사연입니다. 대기업에서 은퇴하여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넘치고 자녀들도 독립시켜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걱정 근심이 없어 보이는 노신사가 정신과를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은퇴하고 나니 도무지 가슴 뛰는 일도 없고 사는 낙이 없으며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잠도 오지 않아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 정신과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은 한 번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이거 하라고 하면 군말 없이 따랐고 대학 전공과 직장까지 모든 것을 부모님이 정해 준 대로 따랐다고 합니다. 결혼 역시 어른들의 소개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갈등이 없었다고 합니다. 비록 가슴 뛰는 일은 한 번도 없었지만 여유로운 삶으로 만족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보니 불현 듯 자신의 삶이 빈 껍데기였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정신과 의사는 해남 땅끝마을까지 시내버스로만 다녀오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얼마 후 그 노신사는 얼굴이 환해져서 진료실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드디어 자신에게 가슴 뛰는 일이 생겼다며 잠도 잘 자고 사는 게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다면서 시내버스로 전국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며 소년처럼 눈을 반짝거리더랍니다.

‘한번 시도해 본다는 것’ 참으로 가슴 뛰는 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의 전시회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북촌 갈 때 늘 지나다기만 했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어찌나 아름답고 또 앉을 곳도 많고 시원하던지 여름에 갈 곳 없으면 책 한 권 들고 와서 여기서 지내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광화문과 북촌 오가며 찍은 사진들 감상하시면서 오늘 하루 행복하게 마무리하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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