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조승리의 에세이 ‘이 자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미카엘2015ㅣ설본
2024.06.13 16:55 | 조회 267

제가 선물로 받아 읽고 있는 조승리의 에세이 ‘이 자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사랑나무 예배를 드리는 저에게 잔잔한 울림과 큰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들려주는 세상과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사랑나무 친구들과 부모님들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전해드리는 ‘이별 연주회’이야기도 그중에 하나인데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게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귀한 책을 제게 선물해 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 안목에 경의를 표하며 그 동안 전하지 못한 사진을과 함께 가슴저린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그녀는 자타공인 성공한 인텔리 여성이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해 금융회사에 연구원으로 임원까지 역임했다. 마흔이 넘어 기다리던 아이도 임신했다.

“나는 천사를 얻었고 세상은 지옥이 되었어요”

아이는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장애는 아이가 안고 있던 불치병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열여섯 살. 아이는 몸만 자랐을 뿐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우리 아이는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하는 병이에요. 그 사실을 아는 장애 학부모들은 내게 좋겠다고 말해요. 적어도 내게는 끝이 있으니까요”

나는 장애 자녀를 남겨두고 가야 하는 부모와 장애아를 먼저 보내고 남겨진 부모 중 누구의 마음이 더 아프고 슬플지를 떠올렸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그 슬픔의 농도를 생각하자 가슴이 먹먹했다.

그녀의 아이는 하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수면 장애와 섭식 장애가 동시에 생겼고 아이는 수면제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든 아이의 곁을 지키다, 문득 학창 시절 좋아했던 플루트를 다시 연주하고 싶어졌단다. 원래 그녀의 꿈은 플루티스트였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아이가 잠들면 그녀는 플루트를 잡는다. 손도 굳고 호흡도 예전 같지 않지만 연주를 시작하면 현실을 몽땅 잊은 채 소녀 시절로 돌아간단다. 플루트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풀죽은 목소리로 고백했다.

“철없죠 아이는 죽어가는데 어미가 돼서 내 즐거움을 찾고 있으니”

나는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그래서 잘한 일이라고, 앞으로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가시라고, 그것이 아이가 바라는 것일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엎드려 오열했다. 잘했다는 말을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본다고 했다. 아이를 낳은 이후로 자신은 행복하면 안 되고 오로지 아이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자기검열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물었다. “장애아 낳으면 죄인이 돼야 하나요? 그게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사실인가요? 그럼 저는요, 저는 죄의 근원인가요?”

내 어머니는 시력을 잃어가는 나를 창피해했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원망했다. 부모가 나를 창피해한다는 사실에 나는 주눅들었고 무기력해졌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녀가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나도 그랬어요. 내 아이를 창피해했어요. 하지만 그렇네요, 내가 죄인이라면 내 아이는 뭐가 되겠어요?” 그녀가 두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오늘 선생님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놓고 나니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느껴지네요”

이후로도 나는 그녀와 두어 번 더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의 아이는 아직 그녀 곁에 있고 그녀는 열심히 플루트를 연습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계획을 말했다.

“아이가 내 곁을 떠나는 날, 장례식장에서 아이를 위한 연주회를 열 거예요” 나는 초대해준다면 기꺼이 그 이별 연주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녀는 고요히 기뻐했다. 이별 연주회의 초대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Naver
목록으로

댓글

0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