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방사선치료 종료를 일주일 남겨두고 폐렴으로 입원, 중환자실을 거쳐 다시 일반병실로 오셨지만 결국 아빠는 암 선고를 받은지 2달만에 저희 곁을 떠나셨어요...
말기 암도 아니었고 항암방사선 치료도 큰 부작용 없이 잘 버텨주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다는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빠가 중환자실에서 힘겹게 버티고 계실때
동행의 많은 분들이 함께 기도해주셨고
상태가 좋아져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6일만에....
결국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떠나보낸 대부분의 보호자들과 같이
남은 가족에겐 모든 순간의 선택이 후회로만 남네요.
이렇게 금방 이별할줄 알았다면
선항암방사선을 받지 말고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좀 더 알아볼걸..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 응급실을 가신다고 했을때, 그때가 아빠와 나란히 걸을수있는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같이 동행할걸..
면회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도 더 자주 들여다볼걸..
더 많이 더 오래오래 옆에서 손 잡아주고 쓰다듬어줄걸..
장마 오기전에 오래 비워둔 본가 시골집을 단도리 해놓고 오겠다던 엄마를 말렸어야 했는데...
말리고 아빠 옆에 엄마를 꼭 붙여놨어야 했는데...
엄마 없인 못산다는 말을 평생 입에 달고 살던 아빠
45년 결혼생활 내내 한시도 떨어진적 없이
70의 나이에도 엄마 가슴을 손에 쥐어야 잠들던 어린애같은 아빠가
의식이 멀어지기전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었을까...
의식은 있지만 급성뇌경색 때문에 말은 못하고
마비가 오지 않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으면서
주인 잃은 강아지같은 눈빛으로 입술을 계속 웅얼거린건
분명 엄마를 불러달란 뜻이었을텐데...
바보같은 딸은 그것도 못알아듣고 낼모레 엄마랑 올테니 그때까지 잘 계시라하고 아빠 손을 놔버렸네.
아빠. 이제는 편안해?
아빠가 편안하다면 다행이긴한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난 또 그게 너무 걱정이야.
서로 너무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사셨어서
아빠 없는 빈자리를 엄마가 잘 버텨줄지 너무 불안해.
아빠의 모든 손길이 닿아있는 시골집에서
엄마 혼자 우두커니 어둠속에 앉아있는 모습이 그려져서
당분간은 내 옆에 있으라해도 고집부리고 가겠다더니
기어코 교통사고가 나서는... 에휴
엄마 혼자 시골집에 있는게 싫어서 아빠가 다시 나한테 엄마를 보낸거야?
잘했어. 근데 살살 좀 하지.
엄마 가뜩이나 허리 안좋은데 지금 너무 아파해.
오빠는 또 무슨 죄야.
두 모자가 나란히 또 병원 신세잖아...
아빠 바보.
아빠. 엄마 너무 보고싶어도 잘 참고있어!
엄마는 내가 아빠몫까지 두배로 살다 가시게 할거야.
그때까지 외로워도 잘 버텨줄수있지?
겁많고 정많고 애교많던 우리 아빠.
집안 그 어떤 여자들보다 사랑한단 말도 제일 많이 하고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이라며, 늘 헤어지기전 안아주면서 까끌한 수염을 내 볼에 비비던 우리 아빠.
이제는 편히 쉬세요.
숨 쉬는 모든 순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