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나이 드니 따라하게 되는 시어머니의 행동

화이트l위본
2024.08.07 21:00 | 조회 1.3k

1. 빨래를 뒤집어 말린다.

시어머니는 잘 마르고 있는 빨래 건조대의 옷을 중간에 뒤집어 말리셨는데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마르는 빨래를 왜 저러실까 했다.

시간이 남아도니 나도 저절로 빨래를 뒤집어서 골고루 마르도록 한다.

2. 옷에 얼룩이 묻으면 그 부분만 세탁한다.

음식을 먹다가 흘려서 앞섶에 얼룩이 있으면 그 부분만 꼭 잡아서 부분 세탁을 하셨는데 젊은 날의 나는 옷에 비누 성분이 남을 것 같아 차라리 다 세탁을 했으면 했지만 지금은 나도 똑같이 한다.

굉장히 효율적이다.

3. 주머니마다 휴지가 한 장씩 있다.

겨울이면 나도 모르게 맑은 콧물이 흐를 때가 종종 있어서 휴지가 많이도 말고 꼭 한 장씩 필요하다. 생전의 시어머니 옷에는 주머니마다 휴지가 들어 있어서 용도가 무척 궁금했는데 나이 드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4. 외식을 질색한다.

주말에 한 끼 정도는 나가서 사먹으면 설거지도 없이 수월한데 그 때마다 시어머니는 먹을 것도 없이 돈만 비싸다며 집에서 된장 찌개 끓여 한 술뜨는 게 제일 좋다고 하시는 바람에 내 마음을 몰라줘서 화가 났다.

지금은 딸들이 외식하자고 하면 시어머니의 저 대사를 똑같이 따라 한다.

5. 칠십 평생이 눈깜짝할 새더라.

이십 대 후반에 결혼해서 시어머니와 살았는데 그 때 들은 저 말씀이 당시에는 실감나진 않았지만 삼십 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암 걸린 후의 십 년 세월이 어찌 지나갔는지 순식간에 가버렸고 나는 어느새 노년을 준비 중이다.

외모부터 인디언 추장처럼 무섭고 지혜로웠던 시어머니가 가끔 생각난다. 그처럼 알뜰하고 야무지게 살다 어리버리한 막내 며느리를 이만큼이나 가르쳐주고 가셔서 시어머니는 내 인생 최고의 교관이었다.

하지만 군대 두 번 가고 싶은 사람 없듯이 나도 시집살이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잎이 다 사라진 다음에야 피는 슬픈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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