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인을 만나러 판교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회사, 집만 왔다갔다하는 우물안 일개미라, 그렇게 멀지않은 판교조차 가본적이 별로 없어요. 화려한 카카오 건물 보며 정말 촌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답니다.
핫플레이스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에서 만날 약속 잡았지만, 대기만 28명. 포기하고 근처 다른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세련된듯 하지만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가 있는 카페에서 장장 5~6시간 가깝게 떠들어댔어요.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저도 지인 분도, 이야기가 고팠던거죠. 회사의 온갖 어려움과 상황에 힘들어하는 그 분도 퇴근하면 회사 내 죽이 잘 맞는 동료에게 전화로 한두시간 하소연을 하신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전혀 하지못한 깊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느라 딱딱한 의자에 직장암환자 엉덩이 배기도록 앉아있었습니다.
저도, 회사이고 가정이고 친구이고 그때그때 깊이 속상하고 힘든 마음 털어놓을 사람 마땅치 않은 저도,
20년 넘게 이 분야 일을 해왔지만 그 분과 다를바 없이 이런 고민 털어놓긴 처음인 저도.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그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타인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은게 무엇인지, 내가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긴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많은 이야기 나누고, 하루 최대치 주차비를 정산하고 돌아오는 길. 저는 어제 쓴 철부지 위시리스트 글 내용을 펑하고 싶더랬습니다. 낭랑 18세도 아니고, 철없는 그런 글을 쓴 것도, 또 닉네임 바꾼 것도 사실 속상해서 그래요. ㅎ
*디테일한 임금님 귀 당나귀 귀 부분은 펑해요
때로는 친구인척 다가오는 회사 사람에 기대기도 하고, 때로는 전화해서 폭풍 수다 늘어놓는 친구에 기대기도 하고, 때로는 저 빼고 달랑 둘뿐인 가족에게 잔소리를 퍼붓거나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동행카페에 철부지처럼 이 나이에 그런 글 쓰는 것도 모두 속상해서 그래요.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난 제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제 이거저거 하고싶다고 화려한 사진 잔뜩 올린 저는, 실상은 컴컴한 새벽 일어나서 안방 화장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변실금 팬티 손빨래해서 널고, 내가 쓰지도 않는 거실 화장실 청소하고. 그렇게 오늘도 일개미의 하루를, 약간은 서글프고 약간은 속상하게, 그래도 별일없이 일할 수있다는거 많이 감사해야지 되뇌이며 시작합니다.
ps. 화려한 판교 광장과 핫한 가게들. 실은 보면 볼수록 낯설었어요. 그래도 다음에는 팬케잌 하우스 한 번 가볼까, 아니 내가 아는 쌈밥집 같이 나들이 가자할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