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
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비치파라솔, 가을, 접히고, 온다 이렇듯 평범한 두 개의 명사와 두 개의 동사를 사용하여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라는 이토록 또렷하고 가슴 시린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인이란 과연 어떤 존재들일까. 존경의 염을 감출 길 없습니다. 이 시를 통해 여름이라는 문이 닫히고 가을이라는 새문이 열림을 시를 통하여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왔지만 가을은 늘 그렇듯 오자마자 급하게 떠나겠지요. 우리네 삶도 여름이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처럼 악다구니를 쓰며 살다가 실제로는 잠시 머물다 가는 가을처럼 떠나야 할 테지요. 그러니 세상사 떠나는 거라는 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오랜만에 덕수궁에 다녀왔습니다. 햇살이 꽤나 강렬했지만 덕수궁 담벼락에 비친 그림자는 분명 여름이 아니라 가을의 그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덕수궁에 들었다가 배롱나무가 다 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는데 그 이후로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붉은빛을 뿜어내고 배롱나무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여러분께 배롱나무의 활기찬 기운을 보내드리오니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꽉 채우시고 위로와 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