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29살 꽃다운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부디 기도 부탁드립니다.

긍
긍정행복기적l위보
2024.09.26 15:33 | 조회 6k

저는 법적인 관계도 아니지만, 많은 고민을 하다 사랑하는 이를 배웅하는 마음으로 24.09.26 작성합니다.

​

24년 3월에 위암 4기를 진단받은 제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29살의 꽃다운 나이로 24.09.03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

제가 이곳에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그동안 많은 도움도 받았으며 3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저의 시간은 9월 3일에 멈춰있습니다. 부디 제 여자친구를 위하여 기도 부탁드립니다.

​

제 여자친구는 그동안 잔병도 하나 없이 매우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컵라면도 환경호르몬 나온다고 그릇에 옮겨 먹던 아이입니다.

​

23년 12월부터 소화가 안되고 체한 것 같다는 불편감을 호소했습니다.

​

그 이후로 약 3곳의 동네병원에 다녀왔지만 내시경을 거절당하고 젊은 여자들이 아침에 커피를 자주 마셔서 그렇다 다이어트 급하게 해본 적 있느냐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을 듣고 소화불량이다 소화제 먹어라라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습니다.

​

그렇게 소화제 및 진통제로 버티다가

​

24년 2월 복부에 몽오리 같은게 잡힌다는 여자친구의 말에 저는 심상치 않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 이미 복부에 전이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

24년 3월 이전에 방문했던 동네병원에 다시 찾아가 복부를 보여주고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의사는 당황하며 곧바로 강남세브란스 교수님에게 연결시켜주었습니다.

​

그 이후에 바로 위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

저는 몹시 당황하고 충격이었지만, 제 여자친구는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냥 느껴졌어 운명인 거 같아.

​

그렇게 환우로서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

위암 4기 수술불가 검색만 해봐도 몹시 어렵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제 여자친구는 당연하게 나는 이겨낼 것이고 이겨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보여주겠다 다짐했습니다.

​

24년 3월~5월 저와 함께 등산도 다니고 산책을 자주 하며 삶에 대한 의지가 너무나 강했습니다. 항암을 병행하며 부모님의 극진한 케어로 정말 깨끗한 식단을 가지고 찜질 및 마사지 또한 많이 해주었습니다.

​

24년 5월 복부에 점점 복수가 차기 시작하고 간에도 담즙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

이때부터 여자친구의 의지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

여름에 예쁜 옷 입을 거라고 흉터를 걱정하며 케모포트 없이 항암을 받던 아이입니다. 적극적으로 권유했지만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

하지만 그런 아이에게 배액관 담즙관 시술은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

24년 6월 케모포트, 배액관, 담즙관 시술을 받고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되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걷는 것 또한 너무나 힘들어했습니다.

- 초록색 신호등만 보이면 제 손을 잡고 뛰자!! 하고 급하게 달려가던 여자친구입니다.

​

24년 7월 시술받은 것들에 대해 너무나 불편감을 호소하였고, 담즙관이라도 제거하기 위하여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

이후 여자친구의 암과 진짜 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

방사선을 시작하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했습니다.

​

몸무게가 15kg가 넘게 급격하게 빠지며 스스로 겨우 화장실만 다녀올 정도로 상태가 저하되었습니다.

​

제게 늘 할 수 있어! 이겨내고 자기랑 얼른 놀러 가야지!! 라고 수십 번 말했던 여자친구의 말이 점점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로 바뀌었습니다.

​

저는 미안해라며 울먹거리는 여자친구에게 늘 뭐가 미안해!! 아프니까 완전 애기가 되버렸네 😊

​

미안하면 얼른 나아서 꼭 갚아야지!!!

​

신이 있다면 절대 데려갈 수 없어 갚을 것도 너무 많고 나에게도 이렇게 다 가져갈 수 없어

​

그렇게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8월 중순이 넘어 호스피스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몰핀 등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만을 조절하던 여자친구의 꿈은 이미 제발 물이라도 벌컥벌컥 마셔보고 싶어.. 이게 마지막 소원이었습니다.

​

8월 30일 급격한 의식저하를 보였고 귀여운 섬망 증세를 보이다 9월 3일 너무나 급하게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

여자친구와 저는 커플링이 없었습니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올 겨울에 커플링을 하고 싶다며 올해 초부터 스스로 따로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

마지막 섬망증세로 이거 컬러 어때? 사이즈는? 잘 들어가? 어떤 게 마음에 들어?

​

꿈에서 저와 즐겁게 데이트 다녀온 것 같아 저는 너무나 아팠습니다.

​

8월 30일까지도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했던 아이가 9월 2일 오전에 친동생에게 갑자기 손짓하였습니다.

​

그리고 동생은 직감적으로 누나의 입에 귀를 가져갔습니다.

​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꼭 행복해야 돼

​

여자친구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

떠나기 하루 전에는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인 건지.. 아직도 마지막 말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

저는 여자친구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가족분들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갔지만, 제가 도착하기 약 10분전 급하게 떠났습니다.

​

후회와 자책이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아픔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렇게 제 여자친구는 너무나 짧은, 6개월의 사투 끝에 9월 3일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

​

​

​

​

작성하다 보니 너무 두서가 없었습니다. 그저 이곳에 글이라도 작성하지 않으면 제가 버티기 너무 힘들 것 같았습니다.

​

나중에 결혼하고 여유가 생기면 함께 보육원 봉사를 다니자고 말했던 정말 따뜻했던, 제게는 천사였습니다.

​

병을 알게 되고 저에게 자기는 무슨 죄야.. 너무 미안해라고 말했던 아이입니다.

​

사실 여자친구 말고도 저에게 지난 1년간 전세사기 등 큰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생과 사를 오고 가는 일 말고는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배웠습니다.

​

저도 처음에 여자친구를 보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자책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

제가 이러한 여자친구를 만났던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제 삶의 일부분에 이러한 여자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었다는 사실 또한 제게는 너무나 특별한 축복이었습니다.

​

주변에서 많이 사랑했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줍니다.

​

저는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아닌 지금도 많이 사랑합니다😊

​

언제나 빛나며 지금도 빛나는, 사랑스러운 내 첫사랑

​

하늘에서는 심술부리지 말고 집순이처럼 편하게 뒹굴뒹굴 잔뜩 하고 있어!!

​

오늘도 너무너무 보고싶다.. 꼭 꿈에서 다시 만나자

​

정말정말 사랑해.. 🩷

Naver
목록으로

댓글

147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