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항암을 그만두고 호스피스를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씽씽l난보
2024.10.23 13:09 | 조회 3.3k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아름다운 동행에 들어온 난소암(4기인지 말기인지는 중요치 않은)을 가지고계신 어머니의 큰딸입니다.

저희는 두달전 세브란스에서 호스피스로 전원하겠다고 하고

결국 호스피스 앞에서는 입원을 차마 못하겠다고 하고 돌아온 가족입니다.

한창 아름다운동행에 들어올땐

우리에게 남은 항암제가 뭐가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지금 엄마가 겪고있는 증상을 호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매일 검색어에

간, 다리부종, 배액관 좋은거 나쁜거 매일 찾아보며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살고있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모든 병원치료를 중단하기로 하고

주어진 삶을 감사히 여기고 하고싶은걸 하고 살기로 하고는 카페에 발이 잘 닿지 않았네요

호스피스 상담갔을 때 왜 당장 안들어오냐고 소리를 들었는데

엄마는 어차피 죽는거 병원에서 죽기 싫다고 하셔서

가족들 몰래 시골 산속에 원룸같은 집을 덜컥 계약을하셔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저희는 절대 보낼수없다고 왜 호스피스 들어가서 통증조절을 해야지 혼자 어쩌려고 그러냐 싸우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이 굶어죽거나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냐고 매일 설득했습니다.

엄마는 좋은공기마시고싶다고.. 어짜피 죽을꺼 마음 편하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1년도 10년도 살것같다고 계속 말씀하시고

그렇게 실랑이를하다가

지난 주말에 결국은 그 산이 보이고 강이보이는 시골에 엄마를 내려다드리고 주변정리를 해드렸습니다.

도시 아파트에서만 사시던분이

이렇게 원하는데 가서 당장 불편하다고 춥다고 후회하고 집에 돌아오기를 바라며 보내드렸습니다.

쓰레기도 버리려면 읍내까지 나가야해서 누군가 몇시간 걸려 집을 방문해야하고

밤엔 너무 깜깜해서 문열고 나오기 무섭고 뱀이랑 고양이도 보입니다.

그리고 시골은 도시에만 살던 저희에겐 너무 춥고 불편합니다 ㅠㅜ

사실 저희 어머니는 늙어서도 친구들이 하는 귀농이나 전원생활은 안하고싶다고 시골은 너무 싫어 라고 하시던 분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잘잤냐고 전화를 하는데

오늘은 바람은 춥지만 햇볕이 너무 따뜻해서 햇볓에 앉아서 황토에 발올리고 있다고 하시면서

내가 너무 오고싶다고했잖아 추워지기전에 빨리올걸그랬다 소리를 듣고서

엄마 계속 반대하고 해달라는대로 못해줘서 미안해.. 라고 했습니니다.

다음주 주말에도 내려가서 주문했던 방풍비닐을 집에 달아드리고 봐드릴것도 많은데

이런 소소한 엄마의 행복과 우리 가족의 평온함이 조금은 오래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말이 길어졌는데

항암을 끝낼때만해도 이제 희망도 없고 끝이라는 생각에 너무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엄마가 병원에서 주사꽂으며 고통스럽게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우리랑 이렇게 하루를 같이 보내주어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마앞에 죽음이 코앞에 왔는데

저는 휴직도 망설이다 하지못하고 애키우며 멀리서 일하고

동생들도 자기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 엄마가 너네일 열심히 하는게 도와주는거라고 하셔서 마음이 미어져도 그냥 다들 자기 일을 하고 삽니다.

이렇게 잔잔히 무서움을 잊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마 또 우려하던 일들이 닥치면 저희도 또 후회되는일들을 떠올리긴 하겠죠

하지만 왜 더 빨리 항암을 그만두고 엄마 하고싶은거 조금이라도 더 하게 못했을까를 가장 크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항암이 그리 좋은게 아니었다는걸 이제서야 알것같습니다.

모두들 오늘도 안전하고 행복한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유리의 숲이란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여기 들어와서 우리모두에겐 수많은 행복한 선택지가 있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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