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과 동행한 지 십 년이 넘어 동행이 저인지, 제가 동행인지 헷갈리는 고인 물이 되었습니다.
암을 진단 받을 때, 커다란 손이 제 심장을 콱 움켜쥐는 듯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지만 이젠 골절과 주름과 당 수치 따위를 더 걱정하며 살고 있어요.
해마다 초가을이면 계절성 우울감이 와서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내곤 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떠들다보면 그 기분은 사라지는데 오늘 동행 분들과 용산 공원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기고나니 역시 효과는 제대로네요.
환희님의 재능기부로 이십 년 젊어지는 뭔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궁금하면 트레킹 나오셔야 알 수 있답니다. 비밀이거든요.
트레킹에는 저보다 훨씬 인생살이의 넉넉함과 지혜를 나눠 주시는 분들도 오십니다.
취미로 무장하고 등산으로 단련된 분, 제주 올레길 축제에 참가하시는 분, 제주살이를 끝내고 오신 분 등 여러 사연과 소식을 들을 수 있어요.
오늘은 우월한 자태의 새로 오신 두 분을 환영하는 뜻깊은 날이었어요.
누구보다 암에 걸린 심정을 아는 동행에선 어떤 얘기든 할 수 있고 항암에 따르는 온갖 부작용과 증세에 공감을 합니다.
동행에서 이런 가치를 얻으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댓글로 소통하고 모임에 나오는 시도를 해보실 필요가 있지요.
투병이라는 인생의 굴곡을 지날 때 동행은 여러분과 동행할 유일한 동반자일 수 있어요.
가족도 친구도 모르는 그 아픔을 오롯이 동행 분들이 알아주실 때 처음 만나 십년지기되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동행의 고인 물의, 사진 한 장 없는 후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