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서울숲 - 오래된 가을 천양희

미카엘2015ㅣ설본
2024.10.24 12:21 | 조회 191

오래된 가을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시인은 가을을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 합니다만 저는 카메라를 통해 보게 됩니다. 렌즈를 통해 보는 가을은 눈으로 보는 것과 다릅니다. 좀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된다고 할까 또한 '찰칵' 사진으로 남기는 순간 가을이 내 것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 무지몽매한 인간의 소유욕이라니 쯧쯧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흐뭇합니다.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시인의 질문 하나하나가 가슴을 콕콕 찌릅니다. 아마 이 시를 여름이나 봄에 읽었으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 숙연해집니다. 우리는 늘 사랑이라는 말을 앞세우지만 결국 돌이켜 보면 지독히도 나만을 사랑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혼자 떠나보고도 싶고 새벽 강가에 호올로 울어 보고도 싶고..마음이 이리도 간절해지는 걸 보니 진정 가을인가 봅니다. 오늘 전해드리는 사진은 우여곡절 끝에 수요일 오전 서울숲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우여곡절이라 함은 원래 북촌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가 환승역을 지나치는 바람에 목적지를 급변경하였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이었더라면 니탓이니 내 탓이니 화를 내며 싸움을 했을 텐데 결혼 30년 차를 훌쩍 넘기니 누구 탓하지 않고 사이좋게 상의해서 수습을 하게 됩니다. 나이 듦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에 담긴 가을 햇살이 잘 전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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