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사랑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희망의여정l난보
2024.11.07 13:08 | 조회 968

가늘고 긴 여자 / 나정호

이름을 몇 개씩이나 가진 여자가 있다

어머니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온

이 여자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이 남자에게

가늘고 긴 손으로

스스로 백기를 들어준 여자

아무리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몇 쪽지 같은 여자

어머니이기도 하고

큰누나이기도 하면서

이따금 어린 누이 같은, 그러나

속으로만 강물처럼 한없이 가늘고 긴 여자

그 가늘고 긴 손으로

자기 어머님 악성 바이러스를 들고

물 건너온 철없는 여자

외딴 산길에서

봄볕에 몸 말려가는 아지랑이처럼

내게서 아른아른 멀어지는 여자

그래도 그 가늘고 긴 손을 흔들어 주며

쓰게 웃는 이 여자

Naver
목록으로

댓글

0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