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형 인간의 동행 트레킹 후기
동행에서 트레킹 공지를 보았다. 시간도 장소도 딱 좋아서 신청한다고 답글을 달았다.
그리고 내내 고민했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일텐데 괜찮을까? 지금 있는 모임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굳이 새로운 모임을 가야할까? 그리고 평일 모임이라 지속할 수도 없는데 한번 가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트레킹 전날 친구를 만나서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하니 친구가 ‘ 내 주위의 암환자들 다 착해. 거기도 착한 사람들만 올거야. 가봐’ 하기에 말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나까지 묶어서 칭찬하는 말에 용기를 냈다.
I형 인간에게 첫 만남은 늘 어렵다. 어색한 자기 소개,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 혹시 주제넘은 말을 한 게 아닌지 끓임없는 자기 검열로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그리고 온실이 많이 더웠다.
모임을 준비하신 환희님등 많은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서서히 마음이 풀리고 편해졌다. 식물들 보며 많이 걸어서인지 점심도 너무 맛있었다. 같은 테이블에서 낭만쪼꼬미님, 수노님, 초코시럽님, 긍정의가치님, 아미별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이번에는 위암이신 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 내가 위암 전절제 후 복막전이로 항암 중이라니 전절제 후 항암치료 하신 님이 자신도 걱정이라 하셨는데 전절제고 초기일 때 항암을 하셨으니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괜찮을 거라고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수술 후 의사가 먹는 약 1년, 젤록스 6개월 항암, 항암 안 하는 것 중에 선택하라고 해서 항암을 안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 때 항암을 했으면 어땠을까 후회도 하지만 항암해도 전이 재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고 그 때 항암을 안 해서 임상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그래도 누가 물어 본다면 꼭 항암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예전에 동행에서도 젊은 사람일 경우 공격적인 항암(젤록스)을 추천한다고 답글 주셨는데 아버지가 내가 진단 받기 3년전에 위암 수술하시고 항암을 안하신 터라 나도 괜찮을 줄 알고 항암을 안 했다.
아버지와 나는 같은 의사 선생님께 수술 받았다. 아버지는 1기, 나는 2기였다. 다행히 아버지는 항암도 안 하시고 조금 있으면 산정 특례도 졸업하신다. 아버지와 나는 다른 줄 알았는데 참 많이 닮았다. 내향형인데 직업상 외향형이 되려고 노력하는 거, 표현을 잘 안 하지만 생각이 많고 고민도 많은 거, 다른 사람 눈치 안 보는 것 같은데 사람들의 평가와 판단에 예민한 거...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내장 기관이 운다고 했는데 이제는 눈물을 많이 흘려야겠다. 대신 울어 줄 위도 없으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계속 듣고 있고 들을 때마다 우는 노래가 있다. Still fighting it
슈퍼 밴드에서 처음 듣고 좋아서 찾아보니 원곡은 Ben Folds 라는 사람이 불렀다고 한다.
처음엔
And you're so much like me
너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아(너는 나를 참 많이 닮았구나)
I'm sorry
그래서 미안해
이 구절에 울었다면 요즘은 첫 소절부터 울게 된다. 아버지가 햄버거 세트를 사 주면서 내가 돈이 있으니 너는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부터ㅜㅜ 아버지는 싼 폴리에스터 셔츠를 입고 계속 힘겹게 싸워오셨다. 나도 Still fighting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