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웃기기.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5.02.05 16:20 | 조회 3k

1월 31일은 암 진단일이자 결혼기념일.

내 생애 최악의 웃픈 날도 이제 만 2년이 지났습니다.

4기임에도 ‘사기’처럼 이년은 넘게 사는구나싶습니다.

어릴적 봤던 공상과학 만화에선 2025년쯤이면 아픈 사람들은 없다던데, 실제 의학기술은 삶을 조금 연장 시켜주는 그쯤에서 마는군요. 아니 어쩌면 이것도 장한 것. 그리고 나도 잘 버텨서 찡한 것…🥹

빡센 임상은 호중구 1500미만이면 돌려보냅니다. 지지난번엔 1460이라서 돌려보내더니 지난번엔 1410이었어요ㅠ 두 번 박쿠는 힘들다며 김태원 영감은 용량을 줄여보자고 합니다. 아~ 이 환자 간만에 효과 좋은 PR인데~ 호중구는 꽝이여! 이런 느낌은 아니구 아무래도 계속 박쿠 당할까봐 용량 줄여준 거죵~ 안그래도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약용량도 늘까봐 (후유증 너무 무섭) 체중계 위에 서서 남편 손 잡고 쇼한 것이 어그제인데 이제 체중 감량쇼잉은 안해도 됐소…

호중구가 계속 내려갈까? 남편은 생각과 걱정을 5분 정도 하더니 나름 호중구를 올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습니다.

…웃으면 될꺼같아… 웃으면 호중구가 오를거야!

실제로 잘익은 바나나도, 질 좋은 수면도 소용 없더라.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웃으면 호중구가 올라갈 것 같다는군요. 아니, 바나나, 수면 질 어쩌구에서 왠 엔돌핀 요법으로 튀는건지… 요즘 이 보호자가 정신 안차리고 다시 사차원이 됐나 봅니다.

아무튼 어떻게 내가 웃냐고? 웃을 일고 없는데? 그랬더니 남편은 자기가 날 웃기면 된다~ 그건 아주 쉽답니다. 앞으로 항암을 앞둔 주간에, 그리고 피검사 받는 날 아침 차안에서 아주 많이 웃겨주겠다~ 다짐 합니다. 그래서 호중구를 올려보자고?!

무엇 때문인지 (쓸데없는 남편의 액션으로) 주말 내내 웃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월요일 병원 가는 동안에 남편은 피검사 받기 직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운전하면서까지 저를 웃기겠다고 어깨를 둠칫둠칫 거리며 차안애서 막-춤을 췄습니다. 진짜 남편 춤은 앉으나 서나 너무 웃겨요. 남편왈 자기가 홍대 클럽(흐지부지? 명월관?)의 초창기 멤버이자 창시자라나 뭐라나… 근데 흐느적거리고 웃김. 아무튼 웃겼습니다. 그래서 호중구는???

2140! 물론 남편 말대로 웃어서 호중구가 올라갔을 수도 있지만~ 당연히 약 용량을 줄인 덕분이겠죠~ 아무튼 이번에는 임상 항암을 무사히 잘 받았답니다.

돌아오는 길, 아산병원 가까이 있는 정땡함박에 들려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요즘 함박은 정땡 맛이 안나요~ 오랜만에 옛날 맛을 먹으니 좋으다~ 함박웃음입니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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