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대부분 대학 때 친구들이에요. 제 전공이 디자인인데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많았거든요. 그 중에서도 자유를 추구하며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전 글에 썼던 친구는, 십여 년 전 제주도 한 달 살기 열풍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제주도에 둥지를 틀고 살았으니까요. 지금 한 15년, 16년 쯤 됐을까요, 그 당시만 해도 젊은 신혼부부가 제주도에 내려가서 사는 게 이색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인간극장까지 나왔었답니다.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싱글인데 부모님이 원래 제주도 토박이세요. 아버지 직업상 친구는 초등학교 중학교는 일본에서 다녔고 고등학교는 경상도에서 다녔었는데,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며 독립했고요. 대학원과 첫직장을 일본에서 다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죠. 이제 부모님은 은퇴해서 제주도에 살고 계세요. 집 짓는 로망을 이루고 싶으셔서 몇 년 전에는 정말로 땅을 사서 아담하고 예쁜 텃밭 딸린 집을 지으셨죠. 친구는 계속 서울에 살고 있는데, 약 2년 전부터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살아요.
마침 친구가 제주도에 내려와 있었기에, 출장 스케줄을 다 끝내고 올라오기 전에 친구를 만나고 오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가 야심차게 지으신 집 구경을 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머니도 정말 미적 감각이 넘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친구는 고사리가 부르는 시즌이라며 서둘러 내려가 있었는데 같이 고사리를 따러 가자 하더군요. 그래서 같이 가서 보냈던 하루. 정말 멋진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들께도 그 하루 한번 소개시켜 드려볼까 해요.
이 외에도 제가 본 아름다운 풍경들은 많았지만 운전을 하고 있느라 모두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서둘러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저녁 비행기를 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넘어서 사실상 일요일 날 집에 도착한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아이가 좋아할 법한 제주도산 과자들을 부엌 테이블에 늘어놓고, 밤이 늦었으니 잘 자라는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짐을 조금 정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이런저런 일로 돌아다니느라 조금은 바빴네요. 이렇게 이번 제주도 다녀온 후기는 마치도록 하고요. 제가 참 많은 이야기를 친구들과 또 회사분들과 나누었는데, 너무 개인적인 것들이라 여기에 올릴 수는 없지만, 삶이라는 것은요, 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피크닉을 갔던 고사리 들판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요, 그 친구도 참 타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느라 고생도 많았고, 부모님의 못마땅한 핀잔에도 여러 가지로 자신의 뜻을 펼치려고 애쓴 시절이 있었고. 하지만 항상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자기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이렇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가장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느끼는 것이라 했습니다.
참 맞는 말이라 생각이 되어요. 저도 제 자식에게, 그리고 제 스스로에게도 그러한 평온하고 안정적인 곳을 만들고 가꾸어 가고 싶네요.
투병을 하며 지내시는 우리 동행 분들도, 삶이 허락하는 한, 평화로운 삶의 한 장소를 가꾸어 가며, 그것이 실제 존재하는 어떤 장소이던, 아니면 따뜻하게 누군가를 받아 주거나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이 되던, 자신만의 평화와 행복을 찾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