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제주도 후기-예례포구

완생 l 직본직보
2025.05.11 13:46 | 조회 379

교육 지원으로 다녀온 출장이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자유 시간 및 마지막 날은 비행기 시간을 좀 넉넉히 잡아서(전날 비와 강풍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친구들을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직장암 진단 후로는 처음, 그렇게 오랜만에 다녀온 제주도 사진들 올려봅니다.

보통 5월이면 제주도는 이미 초여름 날씨거든요. 햇볕이 내리쬐는 데를 가면 이건 정말 한여름이 아닐까 싶은 무더위가 이어지지요. 여름에 특히 취약한 저는 여지까지 7~8월에는 제주도나 일본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좀 날씨가 오락가락 하여 제주도도 아직 봄날씨이더군요, 수~토 까지 있다 왔는데 금요일은 특히 비가 와서 흐리고 바람이 불며 날씨도 쌀쌀했어요. 그 여파로 토요일까지 비는 안 오지만 쌀쌀한 날씨와 바람이 이어지더라고요.

#동네

제가 머물렀던 곳은 예례포구 쪽인데, 산방산과 중문단지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포구마을이에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굉장히 고즈넉하고요, 하지만 또 그런 것 치고는 펜션과 호텔이 많이 있는 곳이였습니다. 깨끗하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서 산책하기에도 좋아 만족했습니다.

이른 아침 숙소 주변 산책길. 동은 이미 한참 전에 텄지만 저 언덕배기 너머로 붉은 기운이 넘실거려요. 인근의 바다와 인접한 토지가 마치 식물원처럼 넓은 나대지에 각종 식물들이 자유롭게 자라고 있었어요. 아마 땅값이 너무 비싸서 그냥 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해변 뷰를 가리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넉넉한 공간들이 있어서 참 좋았네요.

숙소 가까이 해변에서 맞은편에 있는 작은 마을을 바라보고 보면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데 그 뒤쪽으로는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있어서 장관이더랬습니다.

요건 저녁 무렵의 산책길 같은 풍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제주 올레길 7길인가 8길이었던 거 같아요.

날이 환하게 밝은 오전에 바다쪽을 바라본 광경. 해안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바위 뒤쪽으로 무성이 빽빽합니다.

조금 먼 바다를 바라보면 작은 돌무리와 등대가 보이죠

방파제로 가는 길에 조그만하게 소인국 같은 정원이 만들어져 있어요. 저는 이걸 보니까 이원수 선생님의 잔디밭의 이쁜이라는 책 이 생각나더라고요. 어린 시절을 참 즐겁게 읽었던 전집 중 하나인데 일개미의 모험입니다. 꿀벌 마야의 모험의 한국판이라고나 할까요.

육지 쪽으로 들어오는 바닷물길이 연결되어 있는데 안쪽으로 둘러 싸서 자그마한 배들을 대어 놓는 공간이에요. 풍경이 참 예쁘답니다.

근방에 바다는 에메랄드 빛깔로 바닥에 깔린 돌멩이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맑은 물빛을 자랑하죠. 여기는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가서 물장구를 즐겨도 괜찮겠더라고요.

방파제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바라본 등대. 아쉽게도 등대 쪽으로 가보지는 못했는데요. 야트막한 산을 오를 수 있는 데크가 마련되어 있어 서 등대쪽까지 이어지나 보더라고요.

거센 파도를 막기 위해서 이중으로 쳐져있는 방파제. 바로 앞바다이긴 하지만 육지와 연결되지 않고 어떻게 요렇게 무거운 돌들을 쌓았을까 신기했습니다.

해안선길에 해녀의 집이 있는데 아침 8시 정도 됐었던가 해녀분들이 출근할 준비를 하면 태왁을 모아놓으셨더라고요.

참, 네잎클로바 찾기는 완전 똥손인 저에게 딱 하나 발견되었어요. 보이시나요ㅎㅎㅎㅎ

숙소를 떠나오기 전 마지막 산책길에 돌담 쪽에 조그마한 빨강 색이 눈에 띄어요. 벌써부터 이른 장미가 있나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산딸기 더라고요. 뱀딸기라고 부르던가요? 앙증 맞은 게 너무 귀여워서 한 컷 찍고 왔습니다. 근처에는 한 무리에 산딸기 덤불이 무리를 짓고 있었어요.

#숙소

숙소는 그야말로 별 탐색 없이 그냥 찾았던 것인데요. 국내 출장은 지원비가 얼마 되지 않아서, 1인 1박에 10만원 언더에서 정해야 했습니다. 딱 10만원 짜리를 찾아보았죠. 교육이 진행되는 중문단지에서 가까운 곳으로요.

몇 년 전부터 한창 숙소에 부티크 붐이 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곳 중에 하나였었는데요. 은퇴하신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이었어요. 두 분 모두 친절하시고, 제가 추천해서 저희 팀에 몇 분도 같이 왔다 하니 저에게 웰컴 드링크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떠나오는 날에 잔기침을 계속하고 있던 저에게 따뜻한 두유 한 잔 주시기도 했고요. 비가 오는 날에는 손님들이 놓고 간 우산을 마음껏 쓰라며 꽂아놓은 우산통에서 유용하게 하나 뽑아쓰고 돌려드렸습니다.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다가 보이는 것이에요. 특히 아무것도 없이 풀만 무성한 들에 무심하게 놓여진 작은 배 한 척이 마치 오브제 같았어요. 창가에는 욕조가 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00% 다 만족했던 것은 아닌데요, 뭔가 2 프로 부족한 그런 느낌 있죠. 요즘 숙소에 자연 환경을 생각해서 어메니티가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고요. 바닷가 바로 옆에 반신욕 욕조와 침실이 이어져 있다보니 좀 쌀쌀하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추위를 많이 타진 않는데, 같이 간 분들은 추웠다며 난방을 한껏 올려놓고 잤다 하십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거친 질감 무늬의 타일을 써서 침실과 화장실이 있었는데 너무 어둡다고 할까요ㅎㅎㅎ. 물론 제가 숙소 주인이라면 이런 어두운 컬러를 써야 청소나 청결도가 엄청 꼼꼼하지 않아도 잘 눈에 띄지 않을 테니 선호할 것 같긴 합니다. ^^; 제가 숙소에 그렇게 민감하진 않으니 그냥 감안해서 보셔요.

요런 느낌입니다. 부티크라는 이름을 달고 한창 유행했던 숙소 스타일인 것 같고요. 아마 헤어살롱이나 이런 트렌디한 샵이 유행하던 시절에 숙소까지 유행이 번진 게 아니었나 짐작해 봅니다.

해변 풍경이 나오는 창가에 이렇게 욕조가 있어요. 그런데 창문이 너무 뿌옇죠ㅎㅎㅎ 더러운 건 아닌데 많이 뿌애져 있었습니다. 블라인드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뿌애서 더욱 파스텔 톤으로 사진이 찍히는, 버려진 듯한 무심한 배 한척. 진짜 버린 건 아니겠죠.

비 오는 날 바라보면 이렇습니다. 좀 더 넓게 찍어 본 뷰에요.

욕조는 딱 하루만 썼는데요. 따뜻한 물 받아서 반신욕 즐기고 왔습니다.

밖에서 바라본 숙소 역시 노출 콘크리트 컨셉이에요.

숙소 앞에 집이 왜 이렇게 예쁜가 했더니 그 앞도 뭔가 숙소인듯 하더라고요. 차들이 많이 대어져 있어요.

아직도 기침이 확실히 떨어지지 않아서 콜록콜록 해대는 저에게 따뜻한 두유 한 잔 주셨어요. 주인분들 정말 친절하십니다. 감사해요.

다음 편에는 친구들 만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특히 한 친구와 같이 고사리를 캐러 갔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찔끔찔끔 올려서 죄송합니다. ㅎㅎㅎ 곧 또 바쁘게 당근 물품 하나 픽업하러 나가야 되네요.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제 다리를 따뜻하게 뎁히고 있는 고양이와 언제까지고 널브러져 있고 싶긴 하지만요. 즐거운 일요일 오후 되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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