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4년 만에 제주도, 사는 건 제주도 처럼

완생 l 직본직보
2025.05.09 22:05 | 조회 717

요즘엔 잘 안하긴 합니다만, sns를 뒤져봤더니 제가 제주도에 마지막 왔던 건 약 4~5년 전이더라고요. 아프고 나서는 한 번도 안 왔기 때문에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제주도는 정말 자주 왔어요. 그것도 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왔지요. 제 딴에는 가게 문을 하루 이상 닫지 못하는 남편에 묶여서, 다른 아이들 다 주말이며 방학에 어딘가 다녀오는데, 우리 아이만 집에 심심하게 있게 될까봐 기를 쓰고 돌아다녔습니다. 주말만 되면 키즈 카페는 기본이고, 지역 도서관 프로그램 중 재밌는 것들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죄다 발빠르게 등록해서 데리고 다녔고요. 1년에 한두 번은 제주도를 꼭 갔습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저혼자 해외를 가기는 너무 버거웠고, 그래도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곳이 제주도인데, 마침 아는 사람들도 꽤 살고 있었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고마웠던 건 저희 아이와 한 살 차이가 나는 딸이 있는 대학 동기였어요. 동기라곤 하지만 제가 다른 전공으로 바꾸어 학교를 두 번 다녔기 때문에 저보다 어린 동생이지요. 제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가끔 나타나서 연락하는 사람이 저 말고도 꽤 있었을 텐데, 싫은 내색하지 않고 기쁘게 맞아줬어요. 아이들끼리 잘 놀기도 했고요. 저도 막상 용감하게 집을 나서긴 했지만, 어리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데리고, 운전에 숙소 예약에 식사에 모든 걸 혼자 처리 하려면 참 힘들었으니까요. 가장 힘든 건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었는데, 그 친구 덕분에 참 수월하고도 즐겁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오늘 만난 친구가 바로 그 친구예요.

아무튼 4~5년 만에 제주도에 발을 들였는데, 출장이라곤 하지만 제 곁에는 항상 올 때마다 옆에 있었던 조그만 제 아이가 없었죠. 몇 주 전에 엄마랑 같이 가려느냐고 물어봤지만 암흑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는 당연히 노땡큐 하더군요. 그래서 도착하고 보니 나 혼자라는 게 참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출장 와서 함께 같이 해준 회사분들과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혼자 해변을 산책하거나 할 때 말이죠.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나지만, facebook을 뒤져보니 2020년 가을에 왔던 제주도를 또 잊을 수가 없네요. 그 때 아이와 함께 월정리에 있는 한 카페를 들렀었는데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카페 옥상에서 아이가 앉아있는데 카페에서 잔잔한 배경 음악으로 '아이유의 마음을 드려요' 라는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노래를 듣는데 왠지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이렇게 예쁘고 여린 아이가, 못되고 부족한 엄마인 나를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따라와서 또 나에게 많은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주고...... 왜 그런 마음 있죠.

이렇게 소중했던 시절을 잘 모르고 다 스쳐 지나 보냈네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도 많이 남지만요, 그래도 부족한 나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지,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었지, 그런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며칠 전에 카페에 어떤 분이 20대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게 너무 두렵다고 글을 쓰셨죠.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라고 하셨어요. 제가 감히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40대 중반에 암을 맞이한 저조차도, 죽음이 두려웠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지나온 인생이 허무했고, 막막하고, 서럽고, 초라하고, 두렵고,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이었습니다. 그런 절망에 빠져있을 때는 나에게 그래도 이러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 추억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그런 순간들이 제 삶에 있었습니다. 작은 순간이지만, 제게 기쁨이 되는,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요. 결국 그런 순간들이 우리 삶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동행 카페에, 암투병으로 힘드시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살려고 좋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시면서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의 모습이 소중하다 생각합니다.

이번 출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아니지만 제가 진단 받기 1년 전에 다녔던 제주도에서 사진들을 올려보아요. 소중했던 그때 그 순간들을요. 이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제 아이도 저에게는 이렇게 귀한 시간들을 준 고마운 존재였어요.

풍경이 좋아 들린 카페에서 주문한 브런치가 나오는 걸 기다리면서요,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와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풀숲에 있는 토끼에게 가만히 다가가는 아이. 동물을 참 좋아해서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을 줄창 다녔어요. 현장에서 파는 먹이를 몇 봉지나 사도 만족을 못해서, 그러면 안되지만 몰래 숙소에서 당근을 썰어갔지요. 제주에 도착하면 마트에 들려 당근 사는게 일이었네요. 또 칼 같은 주방 용품을 쓸 수 있는 펜션을 주로 예약했지요.

제주 살고 있는 친구의 딸과 함께 즐겁게 돼지와 오리쇼 보러 향하는 발걸음이에요.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오른쪽이 한 살 언니인 친구의 딸. 짧은 청반바지에 까만 바탕 꽃무늬 티를 입고 있는 왼쪽이 제 딸. 제가 만든 티에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가 예쁘다 생각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혀서 다녔었어요.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순순히 입고 저를 기쁘게 해줬던 제 딸이에요.

알콩달콩한 두 아이가 핑크몰리 숲에 들어가 있는 게 너무 예뻤지요. 생각해보니 이때 코로나 시국이었는데 집에만 있다가 너무 답답하여 나선 여행길이었던 듯요. 마스크 쓰고 다녔는데 사진 찍을때만 살짝 벗었죠. 둘이 까르르르 하루 종일 놀다가 잠도 같이 들었는데, 둘이 기역 니은 포즈로 잠들어서, 그걸 본 선배 오빠가 새콤달콤 딸기맛 포도맛 같다고 했죠.

잊을 수 없는 햇살 가득 반짝이던 중문 색달 해변. 밀려오는 파도에 조심스레 발을 담궜다가 도망갔다가 팔짝팔짝 뛰었다가 너무나 예뻤던 아이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저녁 노을 지는 애월에서 마지막 해변을 즐기고 있는 아이. 여기 돌로 이루어진 물웅덩이에서 손가락만한 멸치를 잡았다지요.

아이유, 마음을 드려요.

당신에게 드릴 게 없어서

나의 마음을 드려요

그대에게 받은 게 많아서

표현을 다 할 수가 없어요

나지막한 인사에

수많은 내 마음 고이 담아

그대에게로 건네면

내 마음 조금 알까요

어떤 이유로 만나

나와 사랑을 하고

어떤 이유로 내게 와

함께 있어준 당신

부디 행복한 날도

살다 지치는 날도

모두 그대의 곁에 내가

있어줄 수 있길

어떤 소식 보다 더

애타게 기다려지는 그대

엇갈리지 않게 여기

기다릴게요

눌러 적은 편지에

수많은 그리움 고이 담아

그대 내게로 올 때면

그 손에 쥐어줄게요

어떤 이유로 만나

나와 사랑을 하고

어떤 이유로 내게 와

함께 있어준 당신

부디 행복한 날도

살다 지치는 날도

모두 그대의 곁에 내가

있어줄 수 있길

네 번의 모든 계절들과

열두 달의 시간을 너와

숨이 차게 매일

사랑하며 함께 할게

어떤 이유로 만나

우리 사랑을 했던

지금 이 순간처럼

매일 바라보며

애써주기를

부디 행복한 날도

살다 지치는 날도

모두 그대의 곁에 내가

있어줄 수 있길

부디

추억만 남지 않길 너완

https://youtu.be/MUSaT2B7Lt8?si=SAoqRyd7IgUeXJ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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