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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꽃이 피고
여름이 볕이 잘 들면
가을엔 어김없이 열매가 열린다.
복숭아든 사과든 귤이든
시간을 버텨낸 것들에겐
주렁주렁의 보상이 따라온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수술후
잘 견뎌내면
그 끝엔 깨끗한 몸과 환한 웃음이
따라 올 줄만 알았다.
그런데 수술후 눈을 뜨고 보니
내 몸엔 예상 밖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여 있다.
장루 주머니 하나
피 주머니 하나
소변 줄 하나
수액 줄까지
도무지 손댈 틈도 없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키워낸 나무처럼
묵직하고 기묘하고 또 조금은 기특하다.
누군가는 그걸 짐이라 하겠지만
나는 감히 말해본다.
이건 내가 살기 위해 맺은
생명의 열매들이라고
이제부터 천천히 익혀가자
하나씩 차근차근
따서 내려놓는 시간도
분명히 올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