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빨간 자동차입니다 🚗
항암 중 갑자기 안아프던데가 아프면.. 혹시 전이가 아닌가 급 무서워지고.. 이것도 항암 부작용인가.. 나는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으려나..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당장이라도 외과 주치의를 만나 나 좀 살려 달라 얼른 수술을 해 달라 징징대고 싶어지는데, 교수님은.. 바쁘시기도 하고.. 제 개인적인 심리상황까지 털어 놓기엔 3분 정도의 외래 시간은 짧기만 하지요..
어쨌든 수술로 절 살려줄 사람은 외과 교수님 뿐인데 믿고 기다려야지.. 지금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저 내 교수님도 유퀴즈 나온 명의 선생님처럼 사명감을 갖고 계신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외과 주치의 쌤이 나름 문학상을 받으신 작가였다는 게 떠올라 그의 책을 탐독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 외과 주치의는 분서대 오흥권 교수님입니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잠시 모든 일을 중지하고 환자와 수술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과정을 타임아웃이라고 한답니다. 책 제목 부터 엄근진한 써전의 느낌이 팍옵니다!
제 항암 생활 중 멘탈 케어를 담당하고 있는 저희집 강아지님과 함께 카페에서 책읽기를 해 봅니다. 요즘 책읽기가 유행이라는데, 아줌마지만 트랜드 놓칠 수 없죠! 가벼운 수필들이 엮인 책이라 술술 읽힙니다. 중간 중간 교수님을 빼다 박은 일러스트도 있고, 고학력자의 아재개그랄까요.. 나름 고심하시며 쓴 유머러스한 문장은 피식하고 웃음을 유발합니다.
책 속에 좋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야기들도 있고, 초짜 의사 시절부터 지금의 어느 한 자리에 있는 의사가 되기까지 겪은 업의 모먼트와 모든 환자를 고칠 수 없는 안타까움.. 능력의 한계치 앞에 있는 인간으로서의 번뇌.. 직업적인 면에서의 선생님과 한 인간으로서의 선생님 모두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주치의여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 장루 조성술하고 주말에 입원해 있는데 교수님이 오후 회진을 와 주셨습니다. 휴일인데 왜 오셨냐하니 저때문에 잠깐 나오셨다 하더라구요. 책 내용 중에 주말은 따님과 시간을 보내신다 하였는데, 일부러 나와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성품도 좋으시고 손도 좋은 주치의를 만난 건 행운이겠지요.
암이라는 인생 최대의 불운을 행운의 주치의와 함께 잘 이겨내야겠습니다. 막상 만나면 형식적인 3분의 외래 시간이 될 가능성이 200%지만, 다음 외래엔 풀충전된 내적 친밀감 덕분에 교수님을 반갑게 뵐 수 있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