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후두암 4기.. 그리고 폐전이.. 너무 허망하고 허탈하네요..

브부집사l후보
2025.08.08 22:56 | 조회 4.3k

아버지께서 작년 10월쯤에 후두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1960년생이고 담배를.. 한 40년 넘게 피우셨을거에요.

11월쯤인가 지방대병원에서 4기a라고 확진을 받았고 그 병원에서 12월에 수술일정을 잡아주더라구요.

놀란 마음에 내려가서 교수님 설명을 듣고 했는데 4기면 지방에서 수술해도 되는건가 걱정되어 여기저기 알아보니 그래도 빅5로 가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선항암 후 2월에 후두절제 수술을 했었어요.

보험도 없는터라 비싼 다빈치 로봇수술 비용 다 대고 수술 후 6주간 항암 방사선 치료 다 잘 받으셨어요.

그리고 2개월 간 추적관찰했는데 암 흔적 안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다 됐구나 고생한만큼 완치가 됐구나 했는데 5월쯤에 폐쪽에 뭐가 보인데요.

그리고 7월에 전신펫씨티 찍은 결과 폐로 전이확정이고 다시 항암치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니 폐전이는 완치확률이 희박하고 그냥 암을 억제하고 최대한 오래 수명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는거에요.

그래서 교수와 상담하고 어머니 아버지 먼저 나가고 따로 남아서 교수님께 여쭤봤어요.

완치확률이 희박하다고 하는데 맞냐고 그렇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럼 남은 여명이 어느 정도일까요라고 물어보니 키트루다 투약 전제로 1년 정도 본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들으니 머리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지더라구요..

검색.. 을 물론 해보긴 했는데.. 근데 그래도.. 치료확률이 있지 않을까 그 희박한 확률로 치료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대부분은 아니겠죠..ㅠㅠ..

어머니와 동생한테는 말했는데 아버지께는 아직 말씀 못드렸어요.

아버지는 몇 달만 더 고생하면 다시 예전처럼 일 할 수 있을거라 믿고 계세요..

그런데 여기에다 대고 힘들수도 있다.. 이렇게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아직은 잘 지내고 계시거든요.

아직도 빨리 나아서 제가 대준 병원비며 치료비 다 갚을거라고 그러고 계세요..

사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어요.

굉장히 폭력성이 심했고 술만 마시면 부인과 자식들한테 손을 대는 그런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너무 싫어서 대학도 서울로 갔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런 내용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어릴 때 폭력적이었던 부모를 자식이 다 큰 후 부모가 죽을 때가 되니 갑자기(?) 가족애를 느끼며 부모를 용서하는 그런 내용들이요.

어릴 때는 정말 그런 내용들이 이해가 안되었거든요.

저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책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아버지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그냥 제 나이의 아버지는 정말 미숙했고, 어리고, 못배웠던 그런 사람이었어요.

저는 어떻게 운좋게 그래도 괜찮은(?) 대학에 갔고 직업도 전문직이 되었어요.

아버지는 그런 딸이 자랑스러우신지 제가 대학 간 이후에는 여기저기 딸자랑만 하고 다녔어요.

전문직 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딸 직업 자랑, 좋은 직장에 들어간 후에는 딸 직장 자랑만 하고 다니셨습니다.

아버지는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국민학교밖에 못 나오셨던터라 제가 정말 자랑스러우셨나봐요..

그런 아버지를 보니 참.. 그냥 딸을 사랑하긴 했는데 참.. 미숙하고 못 배우고..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정말 몰랐던 사람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아프고 난 후에는 병원이나 이런 걸 거의 다 제가 알아보고 모시고 다녔거든요.

아버지께서 본인이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 자식을 이렇게 잘 키운거라고 정말 고맙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어린 날의 일들을 다 잊을수는 없지만 이제는 그냥 아버지가 이해가 가요.

그런데 이제 이해가 가고 용서를 하려니까 남은 여명이 1여년이라고 하네요...

수술도 잘 되고 삶의 의지도 강하셔서 20년은 더 사실 줄 알았습니다.

원래 전이가 이렇게 빠른건가 그냥 지방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빠르게 할 걸 그랬나 나 때문에 괜히 서울로 왔다갔다 고생만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물론 아버지도 절 원망할리 없고 이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니 그냥 착찹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이제 앞으로 뭘하면 좋을까요?

아버지께는 뭐라고 말씀드리죠?

홀로 남은 저희 어머니는 어쩌나요....

저 혼자 모든 것을 다 짊어질 필요는 없지만 지금 제가 저희 집에서 거의 가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너무 막막합니다...ㅠㅠ..

다들 이런 과정을 버텨내셨던 거겠죠..?

스스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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