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용산 가족공원의 배롱나무

미
미카엘2015ㅣ설본
2025.08.19 16:07 | 조회 248

제가 배롱나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곳은 몽마르트공원이었습니다. 그곳에 탐스럽게 핀 제법 큰 배롱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알고 통성명을 하고 나니 곳곳에서 배롱나무를 만나게 되더군요 덕수궁 석조전 앞에 아주 큰 배롱나무와 매년 인사를 나누는 사이이고 용산에 있는 가족공원에서도 여러그루의 배롱나무를 만나 여름마다 빠지지 않고 들러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는 너무 더워 덕수궁과 몽마르트공원에는 가보지 못하였고 얼마 전 이른아침에 용산가족공원에 들렀다가 배롱나무와 만나 회포를 풀고 왔습니다. 용산가족공원에는 배롱나무외에도 호수를 뒤덮고 있는 수련과 무궁화, 호박꽃과 칙꽃, 흰색의 수국과 분홍색이 예쁜 플록스를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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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무더위로 짜증이 나지만 배롱나무는 여름의 열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용산가족공원의 배롱나무꽃을 비롯한 여러꽃들과 배롱나무와 얽힌 에피소드를 전해드립니다.

이 즈음 숲에서 만나는 가장 핫한 꽃나무는

배롱나무꽃이다.

워낙 꽃을 보기 힘든 계절이기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붉은색은

사람들을 꽃그늘로 모이게 한다.

몽마르뜨공원에도 배롱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나무 곁을 지나가려는데 막내딸 또래의

아리따운 처자가 꽃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말은 안 해도 꽃 이름이 멀까?

궁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여 사진 찍는 척하며

"배롱나무꽃이 오래가네?"

들으라고 소리 내어 읊조리니

바로 반응이 온다.

"이 꽃 이름이 배롱나무에요? 이름이 이쁘네요"

"백일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 나무로

불리기도 하고 백일홍을 빨리 발음하다 보면

백일홍-> 백홍-> 배롱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숲해설사에게 주워들은 게 있어

아는 대로 전해주니 "어머나!" "그래요!"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군자삼락 중에 어째서 가르치는 즐거움이 있는지

알듯싶었다.

배롱나무그늘 아래서 존경의 눈빛을 바라보는

젊은 제자에게 꽃 이야기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지면 잔소리가 될 듯싶어

얼른 꽃그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배롱나무꽃에 감탄하는 이십 대 청춘의

아름다움이야 닐러 무삼하리오마는

꽃 같은 청춘에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다가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 나이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에 흐뭇해 하며

즐거운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석 달 열흘을 붉게 간다는 배롱나무꽃그늘 아래서

이십 대 내 청춘을 돌이켜 보니 한여름밤 꿈같이 느껴진다.

배롱나무꽃도 배롱나무꽃그늘의 청춘도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다.

그 짧음이 덧없다 싶지만 별은 한 번 반짝거림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청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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