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용산 가족공원의 배롱나무

미카엘2015ㅣ설본
2025.08.19 16:07 | 조회 246

제가 배롱나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곳은 몽마르트공원이었습니다. 그곳에 탐스럽게 핀 제법 큰 배롱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알고 통성명을 하고 나니 곳곳에서 배롱나무를 만나게 되더군요 덕수궁 석조전 앞에 아주 큰 배롱나무와 매년 인사를 나누는 사이이고 용산에 있는 가족공원에서도 여러그루의 배롱나무를 만나 여름마다 빠지지 않고 들러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는 너무 더워 덕수궁과 몽마르트공원에는 가보지 못하였고 얼마 전 이른아침에 용산가족공원에 들렀다가 배롱나무와 만나 회포를 풀고 왔습니다. 용산가족공원에는 배롱나무외에도 호수를 뒤덮고 있는 수련과 무궁화, 호박꽃과 칙꽃, 흰색의 수국과 분홍색이 예쁜 플록스를 만나고 왔습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무더위로 짜증이 나지만 배롱나무는 여름의 열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용산가족공원의 배롱나무꽃을 비롯한 여러꽃들과 배롱나무와 얽힌 에피소드를 전해드립니다.

이 즈음 숲에서 만나는 가장 핫한 꽃나무는

배롱나무꽃이다.

워낙 꽃을 보기 힘든 계절이기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붉은색은

사람들을 꽃그늘로 모이게 한다.

몽마르뜨공원에도 배롱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나무 곁을 지나가려는데 막내딸 또래의

아리따운 처자가 꽃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말은 안 해도 꽃 이름이 멀까?

궁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여 사진 찍는 척하며

"배롱나무꽃이 오래가네?"

들으라고 소리 내어 읊조리니

바로 반응이 온다.

"이 꽃 이름이 배롱나무에요? 이름이 이쁘네요"

"백일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 나무로

불리기도 하고 백일홍을 빨리 발음하다 보면

백일홍-> 백홍-> 배롱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숲해설사에게 주워들은 게 있어

아는 대로 전해주니 "어머나!" "그래요!"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군자삼락 중에 어째서 가르치는 즐거움이 있는지

알듯싶었다.

배롱나무그늘 아래서 존경의 눈빛을 바라보는

젊은 제자에게 꽃 이야기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지면 잔소리가 될 듯싶어

얼른 꽃그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배롱나무꽃에 감탄하는 이십 대 청춘의

아름다움이야 닐러 무삼하리오마는

꽃 같은 청춘에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다가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 나이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에 흐뭇해 하며

즐거운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석 달 열흘을 붉게 간다는 배롱나무꽃그늘 아래서

이십 대 내 청춘을 돌이켜 보니 한여름밤 꿈같이 느껴진다.

배롱나무꽃도 배롱나무꽃그늘의 청춘도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다.

그 짧음이 덧없다 싶지만 별은 한 번 반짝거림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청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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