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떠났을 때가 초가을이었는데 벌써 패딩 입을 날씨가 됐어. 더위를 엄청 많이 타는 나도 오늘은 좀 두껍게 입을까 싶어 장롱 문을 열었는데 아빠 털모자랑 목도리가 있더라. 엄마가 버릴까 싶어 몰래 숨겨뒀었는데 다시 보니 괜찮던 마음이 다시 막 아프더라. 좀 쌀쌀해지면 털모자로 귀까지 가려서 썼는데 그 모습이 막 요정 같아 속으로 웃었는데. 너무나도 건강하게 오래 살 것만 같던 아빠가 그렇게 떠났다니... 아빠 흔적들은 그대로인데 여기 아빠만 없다는 게 정말정말 실감이 안 나.
요즘 아빠는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 아빠가 죽고 나서는 믿지도 않던 사후세계를 믿으며 아빠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하늘나라가 없으면 어쩌지 불안하더라. 과학에서는 사후세계가 증명되지 않은 거라고, 자아가 사라져 잠이 든 그 상태가 쭉 지속된다고 하던데 난 그 말이 너무 싫어. 평생을 일하며 살다가 이제 나 대학 졸업시키고, 오빠 공무원 붙고 좀 쉴 수 있을 때가 오니까 떠나버린 아빠인데... 그냥 그렇게 잠들어버리면 사람 대 사람으로 아빠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할 것 같아서. 한동안 그게 너무 슬퍼서 참 많이 울었는데 이제는 그냥 믿으려고. 아빠가 거기서 행복하게 웃고 있고,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옛날에 쌩쌩했던 그 모습으로 드넓은 세상을 휘저으며 날아 다니고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여기는 걱정 말고 거기서 아프지 말고... 꼭 아프지 말고... 행복해야 해. 암 투병했던 거 다 까먹고 개운한 몸으로 누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어. 나한테 뭐 안 해 줘도 되니까... 우리 가족 뭐 해 줄 생각 하지 말고 거기서는 아빠 생각만 하고, 아빠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놀고 있어.
아빠, 너무 보고 싶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