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보내며
유한나
하늘엔 내 마음 닮은
구름 한 점 없이 말짱하게
금화 한 닢 같은
11월이 가는 구나
겨울을 위하여
서둘러 성전에
영혼을 떨구는 사람도
한 잔의 깡소주를
홀로 들이키며
아찔하게 세상을
버티는 사람도
가을과 겨울의
인터체인지 같은
11월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구나
뜰 앞 감나무엔
잊지 못한 사랑인 양
만나지 못한 그리움인 양
아쉬운 듯 애달픈 듯
붉은 감 두 개
까치도 그냥
쳐다보고만 가는...
그래 가는 것이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추운 겨울 바람 찬 벌판
쌓인 눈 속이라도
살아있으니 가는 것이다
희망이란 살아있는 것일 뿐이라 해도
사랑이란 더욱 외롭게 할 뿐이라 해도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계절 따라 갈 일이다
사람의 길
사랑의 길을
요즘 코피가 매일 터져 외출을 삼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고 하여 고궁이 무료이기에 몸을 추스르고 나왔습니다. 지하철을 향해 가면서 카메라로 단풍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아뿔싸 메모리카드가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는데 아내가 오늘은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은근슬쩍 말에 힘을 줍니다. 저 역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싶어 반항하지 않고 바로 동의하였습니다. 그런데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가을의 처연한 뒤 모습을 보자니 이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습니다. 특히 시립미술관 앞 작은 숲은 큰불이 난 듯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불타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여 이 없으면 잇몸으로 정신으로 사진기 대신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경치가 워낙 아름다우니 이만하면 족하다 싶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 내게 주어진 삶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아내를 따라 계절을 따라 한발 한발 사람의 길을, 사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