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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시인의 ‘조용한 일’
토요일 일정이 빡빡했지만 무조건 길상사를 향하여 지하철을 탔습니다. 아내는 먼저 가서 기다리는 중이라 마음이 바쁘니 지하철 안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빈자리가 눈에 차지 않아 묵묵히 서서 갑니다. 그렇게 도착한 길상사의 단풍은 말 없는 아내대신 '왜 이렇게 늦었냐며' 살짝 눈을 흘기면서도 잘 왔다 토닥거리며 자신의 속살을 다 드러내어 보여줍니다. 눈부신 자태에 입 벌리고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였습니다. 길상사에서의 만추를 충분히 맛본 후 출출해진 배를 성북면옥에 가서 채운 후 내친김에 삼청각까지 둘러봤습니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결혼식이 한참인 그곳에서 만난 가을은 길상사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길상사->성북면옥->삼청각 이렇게 걷는 코스가 동선이 겹치지 않아 성북동 산책코스로 추천합니다.
누가 올해 단풍이 흉작이라고 했을까요 이렇게 풍성한 단풍인데 말입니다. 시인의 말대로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지요’ 이 가을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곱고 선명하며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제가 만난 단풍을 전해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