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여행중입니다(럭셔리 한 환자)

엔케이블루 l 직본
2025.12.07 16:35 | 조회 1.3k

책을 읽다가 내용중에

한 편집장이 고인이 된 이어령님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럭셔리 하게 사는 걸까요?” 라고 물으니

“이야기 속에 살아라.” 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전 럭셔리 한 환자네요.

요즘 매 달 항암을 하면서

쉬는 날에는 새로운 이벤트(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기도 하고,

박물관에 가서 옛 선조들의 유물을 보기도 하고,

이른 아침에 절에 가서

스님의 나즈막하고 묵직한 목소리의 염불 소리도 들어도 보고

이야기를 만들고 사는 인생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내가 아직 건강했다면

아직도 매일 매일 출근해서 일을 했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이나믹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다녀서

새로운 일을 찾아 2~4년 마다 부서를 바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루틴화된 반복적인 업무가 주 이었던 것 같네요

환자가 되고 부터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 본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가족이나 친구들 중 저같이 쉬는 친구가 없어 혼자 놀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그래도 휴가 가능한 선배를 찾아 여행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암’ 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당황스럽고, 담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10년이 지나다 보니 이제 주변인들에게

”나 환자야“

라는 말을 숨기지도 않습니다.

이제 암은 저에게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20대 중반 회사에 입사해서 40대 초반까지

밤 낮으로 회사에 시간을 바쳤지만

암 환자가 되고 부터는

하고 싶은 거 많이 하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아직 잘 버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 만큼 삶의 의지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몇 일 전

올해 보고 싶었던 후지산을 재수끝에 보고 왔습니다.

4박5일 동안

후지산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다니며

새로운 후지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후지산의 기억을 첨부합니다.

몇 일 동안 후지산을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내가 해냈다는 자신감.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은

생명을 연장시키는 버팀목 이라 생각됩니다.

4기 환우님들

이야기를 만들어

럭셔리한 환우가 되시길 바랍니다.

ps) 여행 후 다음 날이 항암 시작 하는 날 이었는데

호중구 수치가 4백 대라 촉진제 맞고 일주일 쉬는 중입니다.

주사 맞고 3일째 엉치뼈 통증으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와이프가 마트 가자고…

통증은 첫날보다 줄어들었지만 서 있기에는 아직도 힘든상태

그래도 쇼핑카트에 몸을 기대며 쉬다 가다…커피도 한 잔 하고

계산대에서 낮익은 뚱보 아저씨가 보여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네요.

간만에 좋아하는 쉐프와 한 컷

이원일님 정말 멋있습니다.

아들과 둘이 장을 보러 왔는데 아들과의 대화가 정말 보기 좋았고, 꽃다발도 사가는 센스가…멋찜남이네요.

낼 부터는 걷기 가능했으면 좋겠네요.

4기 환우님들 힘내시기를…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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