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딸입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에 동행에 처음 글을 남겨봅니다..
불과 보름 전인 2월 7일, 동네 병원에 갔다가 의심 소견을 듣고 응급실을 거쳐 9일 혈액종양내과로 입원. 그리고 2월 12일, 뇌부터 뼈까지 이미 온몸에 전이가 끝난 소세포폐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청천벽력'이라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정말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현실감은 없고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느낌이랄까요.. 주치의 면담 마치고 나오는 순간 병원 로비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지나가시던 할머니가 안타까우셨는지 휴지 쥐어주시더라고요...
항암 진행이 오히려 위험하다 쇼크 올 수 있고 온몸이 전쟁터로 변할 거라고.. 의미가 없다고 통증 완화로 방향성 잡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의료계 지인 통해 알아봤지만 결론은 같더군요..
고민 끝에 아버지께 상황을 말씀드렸어요.. 암인건 어느정도 생각하신 거 같았지만..이정도로.. 치료 불가라니..충격이 크셨겠죠.. 근데 딸 앞에선 아빤 다 알아.. 치료 하지말자 하십니다..
호스피스 의뢰서 받고 그 당일에 호스피스 동의서에 서명하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명절 연휴가 병원 침상이었지만, 아버지가 드시고 싶어 하시는 음식들을 챙겨드리며 나름대로 참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잘 못 드시면서도 그저 두 딸들과 농담 주거니 받거니 하고 옛날 이야기하며 손녀딸 바라보며 그렇게 시간 보낸게 먼 옛날 같아요..
그 와중에도 맏딸로서 현실을 놓을 수 없어, 눈물을 삼키며 아버지의 보험과 계좌 등 행정적인 부분들을 같이 체크하며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해왔습니다..
현재 아버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급격히 안좋아지시며 가혹한 통증과 싸우고 계세요.. 그리고 이곳에 모시고 난 후, 제 심경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져 내립니다.
적극적인 항암 대신 진통제와 수면 유도제로 아버지를 잠재울 때마다 '내가 지금 아빠한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끔찍한 통증 속에서 억지로 연명하시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호라고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긴 병수발과 무거운 결정들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실 이곳의 모든 환우분들과 보호자분들, 관련 의료인 분들 참으로 고생 많으십니다. 저와 같은 찢어지는 마음을 안고 계실 분들께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할머니.. 아빠가 너무 큰 고통의 터널 속에서 홀로, 오랫동안 헤매지 않도록 조금만 더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