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빠가 마지막이라도 편안했으면 좋겠어요(긴글)

마루네l대보
2026.02.26 02:07 | 조회 2.3k

안녕하세요

대장암 4기(다발성 간/폐/림프절전이) 아빠의 딸보호자입니다.

암이란걸 알게된지 약 한달반, 진단받은지 한달

그동안 보호자로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과 불안함에

카페에 글을 올리며 동행분들께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빠는 증상이 큰증상없이 그냥 하러간 건강검진에서 처음 발견하셨다가 입원전 갑자기 모든 증상이 폭풍처럼 몰아쳤어요.

결국 여명 1달 받고 정말 위험한 상황(고열, 높은 간/황달/염증 수치)에서 포기하려던 우리아빠를 교수님이 설득설득하여

폴폭스+아바스틴 1차 진행 후 조금은 호전되어 퇴원했으나

퇴원 3일 후 2차항암 재입원 1일을 앞에두고 응급실 통해 입원하여 장폐색으로 스텐트시술 이후 장천공으로 응급수술하여 대장절제하고 결장루를 달았습니다.

수술때문에 2차는 예정된 날짜에 시작하지 못했고 그때문일까요 아빠는 하루하루 안좋아지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수술 후 처음 제손을 잡고 걷기운동하는날부터 CT검사를 다시하게되는 그날까지 아빠는 더이상 치료하고싶지않다고했고

최종결정되기 전날에는 "너무 힘들다...괴롭다..."이말만 반복하셨어요. 저는 아빠한테 치료중단하고싶다고 나 설득하지 않아도된다고 무슨 마음인지 얼마나 힘든지 다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교수님은 위험한 상황, 컨디션 저하가 심해서 항암진행으로의 기대가 크지 않음에도 항상 선택의 길을 열어주셨어요. 마지막에 아빠의 의사를 전달하기 직전까지도 절때 먼저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나중에 레지던트와 이야기하던 중에 알게된 사실은 아빠에대해 매 회의때마다 다른방법은 없을지 머리를 쥐어짜내셨다고하네요. 월요일날 마지막으로 찍은 씨티는 전이가 더되었고 교수님은 자기가본 환자케이스 중 가장 공격적이고 빠른 대장암인것 같다고 본인도 의아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다음날 호스피스 면담도 받고 DNR동의하고 호스피스 대기 신청을 한 오후부터 문제는 시작되었어요.

간부전으로 지혈이 되지않고 복수가 차며 개복수술했던부위는 실밥푼자리가 다터져서 벌어지고 두꺼운실이아니면 꿰메지지도 않아 몇번 시도하던 끝에 마취가 풀려 생살을 꿰메는 고통을 느끼기도 했으며,

장루를 만든 자리 틈새에서는 밤새 300ml의 혈액이 장루백에 쏟아졌습니다. 그럼에도 혈압한번안 흔들리고 잘버텼는데 복수가 더 차면 개복수술부위 근막까지 찢어져 소장이 쏟아져 나올수도 있다며 아빠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야했던 복수빼는 관 삽관시술...

이 시술을 다녀온 후 아빠는 처음으로 간호사에게 진통제좀 더 달라고 애원했고 그뒤로 혈압도 떨어지고 아빠는 더 잠에서 깨어나기 힘들어졌습니다...

호스피스 교수님께서는 이정도 황달수치(17-19점대)면 다른분들은 이미 섬망이 왔을텐데 급격히 안좋아진것도 있지만 잘버텨주고계신거라고 하시더군요.. 일주일넘게 섬망없이 황달수치 20점 밑을 웃돌던 우리아빠는 지금 처음으로 잠깐의 섬망증세를 보였네요...

편안하게 해드리려고 호스피스가기로 결정한날부터 아빠는 어느때보다더 불편한 이벤트들이 많아진게 너무 속상합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없기에 자기만 하는 아빠의 옆에서 출혈을 막아보려고 힘쓰는 과정이 너무 고독했고 외로웠는데 주변에서 도움주시는 분들이 많아 하루하루 잘 견뎌내었고 드디어 날이 밝으면 호스피스로 이동한다고합니다...

아빠가 그렇게 가고싶어했던 호스피스인데 적어도 의식은 있는 채로 가서 "여기오니까 너무 편하다" 그말을 듣고싶어요...

호스피스로 가게된것에 큰 후회는 없습니다.

한번도 치료 못하고 호스피스갈뻔했는데 교수님의 설득으로 이미 한번 살리신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여명한달 받았는데 이미 한달이 된시점에 우리아빠는 아직 제옆에 있고, 저는 항암을 '한번밖에' 못한게아니라 '한번이라도' 해볼수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아빠, 오늘 밤만 잘 버티자 내가 최선을 다할게

아빠의 형 누나들 아프고 한번도 못본분들도 있는데 서로 눈마주치며 인사는 해야지

사랑해 아빠

Naver
목록으로

댓글

24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