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신 지 어느덧 2주가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그 막막함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컨디션은 정말 롤러코스터 같습니다.
첫 일주일은 무자비한 통증과 섬망으로 너무 힘들어하셨는데, 고비를 넘기신 후로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고 계십니다. 특히 가족들이 곁에 없는 새벽 시간에 유독 섬망이 심하게 오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겁고 애가 탑니다.
지난 주말, 아버지가 갑자기 치킨이랑 피자, 시원한 콜라, 그리고 블랙커피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의학적으론 당연히 안 좋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드시고 싶은 게 있다는 것도 좋더라고요.
본인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데도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시니,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들어 드리고 싶은 것도 있었던 거 같아요. 원하시는 것 해드리고 싶은 마음.
병동 간호사에 살짝 말씀드리고 소량만 드시게 했어요. 음식을 거의 못 드셔서 많이 드시지도 못 하시기도 하고요.
제가 평생 아버지가 콜라 드시는 걸 처음 본 것 같아요. 평소 좋아하는 음식들도 아니었는데 맛있게 드시고는 "이게 이렇게 맛있을 일이냐"며 환하게 흡족해하시는 모습을 뵈니 제 마음도 뭉클했습니다.
어제 회의 도중 병동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와서 철렁했어요. 급하게 전화 받으니 주말에 드신 음식 때문인지 가래 끓는 소리와 호흡이 안 좋아지셨다고요. 가래에 피도 섞여나온다면서..그걸 드시게 했냐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간호사의 앙칼진 목소리... 제가 예민했던 탓일까요? 하필 회사 회의 도중에 뛰어나가 받은 전화라, 끊고 나서도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처음 호스피스 병동 안내를 받을 땐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도 보듬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보호자의 그 찢어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임 간호사의 태도에 어제는 참 많이 울컥하고 서러웠습니다.
좋은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씩 이렇게 덜컥 주저앉게 되네요.
이곳 카페 글들을 읽다 보면, 저보다 훨씬 더 길고 험난한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계신 분들을 보며 제가 오히려 큰 위로와 용기를 얻곤 합니다.
뻔히 의학적인 정답이 뭔지 알면서도 쇠약해지신 아빠 앞에서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이 고통스러운 딜레마...
다들 겪어보셨겠지요? 숨이 턱턱 막히지만 아빠가 원하는 음식 드시고는 지으셨던 그 환한 미소, 그리고 제 상황을 이해해 주며 씩씩하게 새 학기를 맞이해 준 10살 저희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금 툭툭 털고 일어나 봅니다.
언젠가는 거쳐갈 슬픈 이별의 과정이지만, 이런 작고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무거운 길을 혼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곳에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걷고 있기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계신 모든 동행 가족분들. 우리 모두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정말 잘해내고 계시니까요.
오늘 하루도 부디 무사하고 평안하게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