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3주가 3년 같네요.

호두엄마l갑본
2026.04.01 12:22 | 조회 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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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용으로 남기는 글입니다.

암과 사실상 상관없는 갑작스런 장천공 수술로

항암하던 병원에서 사실상 엄마를 포기하고

요양병원으로 옮긴지 3주가 지났어요.

암진단 후 네 달동안 일주일에 3일을 병원에서 지냈는데 이제 본가 바로 옆 병원으로 옮기셔서

아빠가 확실한 주보호자로 계십니다.

3주 사이 하루종일 병원에 있어야 하는 외래도 있었고

엄마가 갑자기 하혈같은 이벤트가 생길때마다

요양병원 의사까지 세명이서 저한테 의지하는 바람에 왕복 5시간 왔다갔다하면서 하루씩 자고 오고..

엄마가 이제는 죽도 거의 안먹는데

제가 담근 물김치랑 반찬은 찾아서

일주일에 한번씩 아빠 반찬도 만들어 택배 보내고

보험을 자잘하게 5군데 들어놓는 바람에 병원한번 갔다오면 그거 처리하느라 제 생활은 여전히 엄마 보호자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엄마는 작년에 다섯달동안 제대로 밥을 못먹고

복수가 6리터가 차도록 병원도 안가고

심지어 건강검진 예약도 펑크내서 병원에서 전화가 오는데도 결국 안가다 이지경이 되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컨디션이 이상해도 겁을 내며 맥박이 빨라지는 바람에 안정제까지 먹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썼지만 암환자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요. 항암하는 병원에서조차 응급실에서 내내 기다리고 돌아가다 결국 패혈증으로 죽기 직전되니까 응급실 들여보내줘서 들어가서 2시간만에 수술했었고요.

이번에 퇴원하고 요양병원에 있으면서 또 소변이 안나와서 응급실 가려는데 차트 있는 병원에서 조차 안받는다고 그래서 3시간을 전화돌리느라 썼습니다. 그나마 치료는 못하는 구닥다리 병원에서 피검사만 할 수 있었어요. 신장이 망가졌나 했는데 다행히 이뇨제를 다른 종류 주사로 썼더니 소변이 잘나와서

돌아왔습니다.

사실 주병원이 아니면 어딜 가도 문제인게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할지도 난감해요. 단순 암환자가 아니라 다발성전이에 응급수술에 수술로 인한 휴유증이 신장.심장.혈전.. 소변이 안나왔다 맥박이 빨라졌다 혈압이 떨어졌다... 지금은 항암을 중단했고..

막연하게 처음에는 복수 때문에 위가 압박받아서..

복수빠지고 나서는 항암 때문에

밥을 못먹는 거라 생각해서 항암 안하면 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퇴원하고 3주지나 이제 몸에 달았던 수많은 줄들 다 떼어냈는데도 여전히 뉴케어랑 수액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몸무게가 줄어들고 있고 퇴원전보다 3주만에 7키로가 빠졌네요. 167cm 에 42키로 입니다.

원래 몸무게는 62키로정도였고 항암 시작할때 54키로.. 항암하고 복수빠져서 응급수술전에 49키로.

병원에서 퇴원할 때 49로 퇴원했는데 3주만에 42..

심장약인 이뇨제때문에 소변량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약은 끊을 수 없으니 먹고 마시고 할당량처럼 채워야 되는데 대학병원에서는 시간별체크하고 몸무게 관리를 해줬는데 요양병원에서는 어렵죠.

한달 900짜리 요양병원인데 밥도 안먹고 누워만 있는 엄마한테는 그게 그냥 수액 값인 것 같아서 솔직히 아까워요.

이제야 원래 항암하던 대학 병원에서 왜 엄마를 포기를 했는지 조금 알것 같아요.

저는 의사가 그 얘기를 했을때 큰 수술했으니 지금은 어렵지만 천천히 회복하면 다시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런데 회복이 안돼요.. 이제 고작 3주 지났는데 천천히 하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안돼요.. ㅠ ㅠ 점점 안좋아져서 더 회복하기가 훨씬 어려워져요. 이전에는 죽 반공기 먹었는데 지금은 두숟가락 울면서 먹어요.. 그리고는 힘이 없으니 활동도 못해요.

병원에서도 엄마를 한 달 넘게 봤으니 아는 거겠죠.

환자가 밥 안먹고 1인실에 있는데도 소음에 예민하고 문제가 계속 생기고.. 소변줄 계속 빼자 했는데 3주를 더 가지고 있어서 결국 응급실에 또 가고 혈뇨가 나오고 그걸로 환자 본인이 스트레스 받아서 맥박 빨라지고..

선생님이 내내 따님 보호자 덕분에 환자가 살아있는 거다 했는데 그만큼 제 수명은 줄어들었어요. 간병인을 3일인가 썼는데 간병인도 힘들어하고 엄마도 힘들어하더라고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뉴케어랑 물김치는 먹을 수 있는데 왜 사골국물은 못먹을까.. 떡도 삼킬 수 있는데 왜 죽은 못 삼킬까.

엄마가 제대로 먹지 못한게 작년 7월부터니까 벌써 10개월째입니다. 먹지도 못하면서 혹은 않으면서 몸무게가 빠지면 거기에 또 놀라고 좌절해요.

너무 당연한 거라고 다른 요행은 없다. 먹어야 낫는다고 5개월째 얘기해도 기적을 바라는 사람 같아요.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 감기걸려도 시간 지나면 낫듯 본인도 조금 시간 지나면 입맛도 돌아오고 몸도 회복될거라 믿는 것 같아요. 밥먹어라 뭐를 먹어야 한다.같은 잔소리 하지 말래요.

계속 몸무게가 줄어가니 한달 내내 연습해서 혼자 걷을 수 있게 된 것도 소용없고 이제 기운 없어 내내 자고 정신도 좀 흐릿해지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물욕은 넘쳐서 내내 뭐 사다달라. 운동화 사달라. 외출복 사달라 하십니다.

수술 전 걸을 수 있을 때도 병원 밖으로 단 한번도 안나가고 지금은 못나가는 상태인데 왜 그리 욕심은 생길까요...

오빠는 작년에 엄마가 암 진단 받았을때부터 엄마를 곧 죽을 사람으로 여기면서 응급실 갈때마다 이번에 죽나보다 하더라고요. 나을 거란 기대없이 딱 필요하다는 것만 해주고 병원에도 안오고 엄마가 어떤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반면 아빠랑 저는 힘들어요.. 엄마가 김밥 먹고 싶다 햄버거 먹고 싶다 순대국 먹고싶다.. 오이말고 시금치 넣고 밥은 질게 해서.... 패티는 부드럽고 새우가 적당히 씹혀야 하고 소스는 뭐는 빼고.. 순대국은 펄펄끓어야 되고 고기는 머릿고기 아주 얇게 저며서.. 문제는 결국 만들어서까지 맞춰줘도 안먹어요. 한입이라도 먹게하려고 보호자가 하루를 보내야 하는 패턴입니다. 내복만해도 몇번을 퇴짜를 놓고 제일 좋다는 거 비싼거를 몇벌씩 사다 입히고 있고 슬리퍼도 환자용이라 후기 많은거 골라골라 주문해줘도 다섯번째인가.. 반품도 못하게 며칠은 신다가 아파서 안되겠다고 다른 거 시켜달래요. 수면양말 도톰한 거 신고 푹신한 슬리퍼 신고 100발자국 걷는건데 안되겠대요.

죽이랑 먹을 젓갈이 필요한데 젓갈을 양념을 해달래요. 젓갈은 짜니까 헹궈서 식초.설탕.참기름.다진마늘.고춧가루.청양다진거 조금 넣고.. 이런 환자 있나요? 병원에서 저희만큼 택배 많이 시킨 병실 없어요. 이걸 다 병원에서 했어요..있어야 한끼라도 먹으니까요. 대학병원도 쿠팡되고 배민되고 컬리되서... 제가 살 수 있었어요.

저는.. 갑자기 몇년전에 고질병이 생겨서 재작년과 작년에 두번씩 총 네 번 수술을 했어요. 그 중 두번은 수술시간이 7시간이나 되는 나름 위험한 수술이었죠.. 엄마는 제가 처음 수술 했을 때 병원에 하루 왔다 갔고 그때도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잠자리가 불편하다며 투덜대다 뒤돌아서 한참 핸드폰으로 본인 옷 쇼핑하다 잠들었고 다음날 쏜살같이 가버렸고요.

아빠는 오지도 전화하지도 않았고요.

둘세네번째는 수술하는 걸 알았지만 둘다 저한테 전화 한통 하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에 제가 움직이지 못하는 걸 알았어도 반찬 한번 보낸 적도 없고요

비단 1~2년이 아니라 내내 이래왔죠.

어릴 때 치과도 안데려가서 지금도 치료받아야 하고

대학교 자취할때도 용돈은 커녕 자취방월세도 안내주셔서 대학생활을 알바하느라 다보냈습니다.

오빠는 취직하고도 공과금 다 내주셨고요.

저는 오랜 호구생활을 끊으려고 절연을 했고

너무나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작년 11월에 갑자기 아프다고 연락이 왔어요.

결국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 약한 마음에 제 커리어 놓고 회사에 휴직까지 하고 엄마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후회됩니다. 간병까지는 하지 말껄....

나한테도 귀한 시간과 기회가 되는 때였는데

제 수술한 부위까지 안좋아지면서 희생하지 말껄 싶어요. 고민은 했지만 그래도 엄마 옆에 오래있으면 과거의 일들을 좀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시간은 없더라고요.

엄마는 여전히 그 엄마예요.

저도 여전히 저고요..

오전에 아빠랑 통화하는데

또 엄마가 아침을 안먹어서 아빠도 힘들고 어쩌고 하시길래..

속상한 제 마음도

정리가 되지 않아 구구절절 써봤습니다.

아마 보호자님들 중에 저같이 복잡한 감정으로 간병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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