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석촌호수의 벚꽃

미카엘2015ㅣ설본
2026.04.01 18:11 | 조회 675

봄이 무르익으니, 한마디로 점입가경입니다. 꽃들이 순서도 지키지 않고 경쟁하듯 피어납니다. 개나리와 벚꽃은 함께 피기 어려운데, 벚꽃 개화 시기가 열흘이나 앞당겨지면서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어깨를 나란히 하며 런웨이를 걷는 듯한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꽃이 개화하는 원리는 ‘적산온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적산온도는 식물이 일정 기준 이상의 온도를 얼마나 누적해서 받았는지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꽃이 피기까지 쌓인 따뜻함의 총량입니다. 벚꽃은 약 400~600℃, 복숭아는 약 300~400℃, 유채는 약 250~300℃, 개나리는 약 150~200℃에서 개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산온도가 낮은 개나리를 시작으로 유채꽃이 피고, 복숭아꽃이 핀 후에야 벚꽃이 만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봄의 평균기온이 높아 적산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개나리와 벚꽃이 함께 피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벚꽃과 개나리가 함께 있는 ‘투샷’을 찍어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은 차례대로 피고 져야 봄꽃을 오래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올봄은 한꺼번에 피고 한꺼번에 질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아픕니다.

최원정 시인은 벚꽃을 보고 ‘이 앙큼한 사랑아’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지 시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벚꽃, 이 앙큼한 사랑아

햇살 한 줌에

야무진 꽃봉오리

기꺼이 터뜨리고야 말

그런 사랑이었다면

그간 애간장은

왜, 그리 녹였던 게요

채 한 달도

머물지 못할 사랑인 것을

눈치 챌 사이도 없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 얄궂은 봄날

밤낮으로 화사하게 웃고만 있는 게요

한줄기 바람에

미련 없이 떨구어 낼

그 야멸찬 사랑이라면

애당초 시작이나 말지

어이하여

내 촉수를 몽땅 세워놓고

속절없이 가버리는 게요

이 앙큼한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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