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석촌호수 & 선릉의 봄 풍경

미카엘2015ㅣ설본
2026.04.16 14:43 | 조회 145

봄밤엔

잠이 오지 않았네

이 밤에 내가 네게

할 이야기는

행복하고도 슬펐던

긴 이야기.

목련꽃 가지에

창호지 초롱에

불을 켜 달아놓고

새벽이 올 때까지

편지를 쓴다.

내 마음 언덕에

봄 풀이 솟아나고

4월 바람은 꽃구름을

벽에 걸린 거울 앞까지

곱게 밀어 올렸다.

봄을 기다리던

겨울나무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밤바다의 물결은

아직도 멎지 않고

나의 길고도 짧은 사연은

끝이 없었다.

황금찬 시인의 <봄밤>

황금찬 시인은 나의 고등학교 은사님이셨습니다. 그분의 시를 읽다 보면, 까까머리 고등학생이던 시절의 내가 문득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때가 내 인생의 ‘4월 바람’ 같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서늘하면서도 은근히 따뜻한 기운이 감돌던 황금빛 시절.

오늘의 사진은 석촌호수와 선릉에서 담아온 풍경을 전해드립니다. 석촌호수 근처 ‘안목’이라는 돼지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돼지국밥이 이렇게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었나 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내려온 커피 한잔 마시며 호수를 한 바퀴 천천히 돈 뒤 내친김에 선릉까지 걸음을 옮겨 다시 한 바퀴를 돌고 왔습니다.

요즘 눈길을 붙드는 꽃들은 철쭉과, 밥풀을 닮아 이름 붙은 박태기나무, 그리고 노란 빛의 황매화와 겹황매화(죽단화)입니다. 무엇보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라일락. 대개는 보라빛이지만, 드물게 흰 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흰 라일락의 향이 보라보다 더 깊고 짙은 향기를 풍깁니다. 어쩌면 보라색 만드는 정성을 모두 향기에 쏟아 그런가보다 싶습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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