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긴긴밤

완생 l 직본직보
2026.05.13 19:10 | 조회 723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진행하는 모임이 있어서, 일찌감치 퇴근하고 평생 학습관에 옵니다. 단 한 명 와주시던 소중한 참석자 분께서 오늘은 업무가 늦게 끝나 못 오실 것 같다는 연락을 몇 시간 전에 주시긴 했지만, 혹시라도 다른 분이 오실까봐 와서 앉아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올 기미가 없지만, 이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러 오는 것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구름이 너무 멋져요. ^^

저녁놀 받으며 학습관 건물 위로 길게 덩어리 지어 가는 구름들

랜드마크 같은 수원플라잉이 창룡도서관 저너머에 보입니다.

학습관 바로 옆에는 창룡도서관이 있는데, 여기도 참 좋아요. 지난 강의 주제는 '동화'였는데, 그때 추천받은 <긴긴밤>이라는 루리 작가의 책을 빌려와서 읽고 있습니다. 읽으면 펑펑 울게 될 거라는 경고 아닌 경고가 있었는데, 저는 어지간해서 울지 않는데다가, 여긴 지금 공공장소입니다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붉어진 눈시울을 티슈로 찍어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 책은 소장해야겠어요.

글을 쓴 작가가 직접 그림도 그렸습니다.

<긴긴밤>은 제21회 문학 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입니다. 마지막에 평론가가 왜 이 책을 대상으로 뽑았는지 써놓은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는 문학의 영원한 화두이다. 그간 숱한 작품이 이것을 이야기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에 화답할 것이다. 그럼에도 <긴긴밤>이 수많은 응모작들 가운데 대상작으로 선택된 까닭은 명확하다. 이 작품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평안한 삶을 박차고 나와 긴밤 속으로 들어간 노든, 세상의 전부였던 노든을 떠나 깊고 검푸른 자신의 바다로 들어가는 펭귄의 모습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긴긴밤> 심사평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덩이 속에서"

송수연(아동문학평론가)

내가 무슨 수로 혼자 바다를 찾아가요? 그리고 치쿠는 나에 대해서 몰라요. 나는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그냥 코뿔소로 살게요. 노든이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니까 내가 같이 흰바위코뿔소가 되어 주면 되잖아요.

그거 참 고마운 말인데.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그리고 나는 코뿔소가 키웠으니까 펭귄이 되는 것보다 코뿔소가 되는 게 더 쉬워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하지만 나는 내가 본 적도 없는 치쿠와 윔보의 몫까지 살기 위해 살아냈다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냈다. 그들의 몫까지 산다는 노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동행분들에게도 강추 드립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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