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이별 준비..

지여니l대보
2026.05.31 21:50 | 조회 2.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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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적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났습니다.

부모가 있었지만 학대와 방임으로 부모노릇을 하지

못했고 저에겐 할머니가 나의 엄마였습니다.

할머니의 행복이 곧 저의 행복이었습니다.

아주 어릴적 아빠의 사기로 우리 가족은

뒷골목의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리어카에 고물을 실어다

팔아 먹고 사셨지만 손녀들을 끔찍이 아끼셨습니다.

그시절 약장수라고 해야하나요? 그들이 경품으로 주는

컵라면 몇개를 얻기 위해 먼길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보통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인 사람이

그런 환경에서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고 바르게 자라나 결국엔 가족과 행복하게

잘 사는 해피엔딩이던데..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키워주신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바르게

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저는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예쁘게 꾸미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에

텅 빈 냉장고를 보며 철없이 할머니가 숨겨둔 돈을 훔쳐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도 하고,

돈달라고 떼를 쓰고..가끔 화가 나면 할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대체 왜그러냐면서 가슴을 치셨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늘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어렸을적부터 소화기관이 약해

자주 아프다고 하는 저를

외면하고 짜증내는 부모대신에

항상 병원에 데려가 주셨습니다.

병원가려면 돈이 있어야하는데 할머니 돈있어요..? 하면

됐다!그런 걱정말고 빨리 병원이나 가자 라고

말씀하시며 아픈 저를..이병원 저병원 데려다 주셨어요

20대 초반 시절..

발목을 다쳐 처음으로 기브스를 하고

어설프게 목발을 짚고 할머니와 집으로 돌아가던 날,

할머니께서는 목발이 어색해 자꾸만 뒤처지는 손녀를

그 자리에서 멈춰 뒤돌아본 채로

가만히 기다려주셨습니다.

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저녁8시마다 하던

드라마였습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화려한

부잣집을 보며 ‘우린 언제 저런 집에서 살아보노..?’

하시는 할머닐 보며 할머니를 꼭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20대 시절,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타지에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바라던 할머니의 행복,,

분명 마음 한켠에 할머니가 계시긴 했지만

내 한 몸 돌보기도 너무 벅차고 힘든 삶에

할머니는 점점 뒤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3-4년 전쯤인가,

할머니께서 요즘 배가 사르르 아프다고 하시며

여러번 동네 의원에 다녀오셨습니다.

어지럽다고도 하셔서 단순 노환인가..하며

엄마와 같이 한약도 지어드리며

곧 괜찮아지실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할머니가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파서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하시며 뜬눈으로 지새우다

응급실에 왔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간에 염증수치가

너무 높고 간농양일 수도 있다는데 자세한건

검사를 해봐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사결과는 대장암 말기였습니다..

이미 간으로도 전이가 되었고

길어야 3개월에서 6개월정도..

수술은 의미가 없고 항암치료도 연명하는 수준밖에

안된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암이라니...?정말 상상치도 못한 병이었습니다.

인스턴트 음식같은건 아예 모르고 늘 나물음식만

드셔왔는데 암이라니...

그때까지 저는 암이라는 병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나쁜것이 축적되어 터지는 병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이건 나 때문이다..

할머니가 지금 아픈건 다 나 때문이다..

내가 바르게 살았어야 했는데

할머니한테 고통만 안겨드려서 이렇게 병나셨구나...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했는데..

멋진 집에서 살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결혼해서 잘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대학생 때 잠깐 다니다 그만뒀던 교회..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내가 막 살아서 벌주시는 거라면

그 벌은 제가 받아야하는거잖아요

할머닌 인생이 고통뿐이었는데

제발 그 무시무시하다는 암통증만 없게 해달라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지금, 폐와 척추로도 전이되어 할머니께선

손녀도 잘 못알아보시고 많이 아프십니다.

병실에서 혼자 힘으론 잘 못일어나시는 할머닐

일으켜드리니 ‘고맙다’고 하시는 할머닐 보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게 대체 뭐가 고맙냐고..

내가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고작 이런게 뭐가 고맙냐며 울었습니다

늘 제가 아플때마다 없는 와중에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셨던 저희 할머니,,

할머니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이제는 제가 그 사랑을 갚아야 할 때인데

정말 꼭 낫게 해드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너무 무기력해지고 마음이 아파옵니다

저에겐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이제 정말 이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대신 아프고 할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같이 살 수만 있다면 ...

할머니 내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로 정말 잘할게

날좋을땐 도시락 싸서 같이 근처 공원도 가보고

차타고 풍경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할머니,

얼마전에 나 면허 땄는데

손녀가 운전하는 차에도 타보고..

가본적 없는 백화점에도 구경 가보고..

드라마에서 보던 부잣잡은 아니더라도

사람다운 집에서도 한번 살아보고..

나 결혼하는 것도 보고..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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