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어떻게해야할까요.. 정답이 있다면 알고싶습니다...

이수진l혈보
2026.06.22 17:10 | 조회 90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 여기에라도 이야기하고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젊은 시절 엄마와 제가 아빠가 필요했던 시기에 가정에 거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걸어다닐 정도의 나이부터 아빠는 바람을 피우고, 밖으로 돌고, 집에도 거의 들어오지않았습니다.

당연히 자식들을 키우기 위한 돈도 어머니 혼자 버셨습니다.

집에 가끔 올때는 술에 항상 취해 와서 전 항상 자는 척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어릴 적 기억이 친구들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기억하고싶지않은 일들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엄마는 제가 아빠를 싫어하게될까봐 어릴적부터 전혀 말을 해주지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된 일들입니다. 아마도 제가 모르는 다른 일들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다정하고 가정에 충실한, 아니 그냥 평범한 아빠를 둔 친구들을 신기해했고 나와는 다른 인생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께서 큰 사고로 장기 입원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는 가보지도 않으셨습니다. 집에도 물론 오지 않았고 전 집에 어른이 없던 그 시기를 계기로 학창시절에 어머니 고생을 많이 시켰습니다.. 남편때문에도 힘든 엄마를 저까지 고생시킨걸 생각하면.. 지금도 생각하면 땅을 치고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그렇게 저는 엄마의 헌신 아래 평범한 성인이 되었고, 결혼도 해서 이제 3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갔기때문에 명절이나 생신, 어버이날 등에만 집에 갔고, 그럴때 아빠와는 밥한번 먹는 정도로만 교류하는게 전부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래도 아버지니까 챙겨야 함을 강조했기때문에 생신이나 어버이날은 따로 챙겼구요, 같이 있을때 분위기를 망치지않기위해 눈치도 보고 기분을 맞추고 했습니다.

제가 대학생이되어 엄마와 떨어져 살게되면서부터 엄마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는 다른 공간에서요. 아버지는 아예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셨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이혼을 하라고 말한 횟수는 셀수도 없을거에요. 엄마가 이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자식때문도 있을 것이고 엄마만의 이유가 있겠지요.. 어릴땐 너무 이해가 안되어서 짜증내고 화를 많이 냈는데 나이를 들어보니 엄마도 엄마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자식인 저는 이혼을 하고 행복하게 사는 엄마를 바라는데.. 사람 마음은 다 같을 수는 없겠지요...

제가 지금 너무 힘든 이유는.. 몇년 전 아버지께서 전립선암에 걸리셔서 1년을 넘게 어머니께서 케어를 하셨습니다.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와 간병은 아니었지만 지방에서 서울까지 운전, 돈, 전체적인 케어 모두를 어머니께서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 포함 모든 가족들이 지난 모든일을 묻어두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버지를 생각하고, 돌아가며 간병도하고 챙기고 부족한 것 없이 필요한 것들 다 챙기고 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회복도 빠르셨습니다. 어머니께 미안하다고 꽃선물까지 하시길래 전 이제라도 아버지께서 변하는건가했는데..

다 나으시고 몇달도 안지나서 또 여자를 만나더군요.. 우연히 알았다기엔 티가 참 많이 났습니다...

제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여서 전 그 사실을 안 순간부터 아버지를 지웠습니다. 제 마음속에서 지우고 결혼식때 다 잡는 아버지 손 전 안잡았고, 신혼집에도 아버지는 단 한번도 초대하지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혈액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일어난 일들을 다 쓰기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기에 다 쓸 순없지만.. 저희 가족은 또 바보같이 다 매달려있네요.. 특히 저랑 엄마...

회사생활을 계속 이어오던 제가 그 무렵 퇴사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자식들중에선 시간이 가장 많은 제가 더 시간을 쏟게 되었고, 서울 병원도 계속 같이 가게 되었고, 뭐든지 자세히 찾아보는 성격때문인지 더 많이 알게되었고,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너무 힘들어지는게 싫어서 나누고싶어서 더 힘쏟다보니.. 결국엔 아빠가 지금 제일 많이 의존하는건 제가 되었네요... 떨어져있지만 하루에 최소 3번이상 전화를 하고 통화할때마다 30분이상..

엄마가, 내가 아팠으면 아빠가 이렇게 했을까요.. 아니요 절대 아니라고 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아빠가 잘못한 것들, 아빠가 필요할 때 없었던 시간들, 다 얘기하고 모질게 굴기엔, 나이때문에 골수이식조차 불가하고, 저강도 항암으로 연명해야하는데 그마저도 2차까지 진행했으나 약은 들지않고, 면역 수치 회복 불가로 계속 병원 신세에, 살은 10키로 이상이 빠지고, 근육은 다 빠지고, 갑자기 할아버지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아빠에게, 곧 죽을 수도 있는 아빠에게 어떻게 그런말들을 할까요, 어떻게 지금까지 그랬으니 알아서해라고 등을 돌릴 수 있을까요.

우리엄마 너무 착해서 절대 못그러고, 저도 그런 엄마 너무 사랑해서 혼자 그렇게 못냅두겠습니다.

근데.. 제가 너무 지칩니다. 구직활동도 다시 해야하는데 못하고있고.. 하루하루 아빠가 잘못될까 불안하고, 오늘은 또 무슨 이슈가 생길까 어떤 증상이 생길까 오늘 수치는 어떨까 매일매일이 너무 지칩니다.. 매일 전화기를 붙잡고 매일 네이버를 찾아보고 AI에게 물어보고 우는 모습만 보이는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하네요..

아빠 아프기전에 신혼생활이 참 행복했었거든요.. 지금도 가끔 그런 시간이 있긴합니다. 근데 제 마음속과 뇌속에는 아빠 그리고 엄마라는 두글자가 그냥 박혀있습니다. 우리엄마 지금 너무 힘들지않을까, 우리엄마 건강도 다 성치않은데 어떡하지, 우리엄마 아빠 간병하다가 건강 안좋아지면 어떡하나, 맛있는걸 먹어도 아빠는 이걸 못먹을텐데, 멋진 풍경을 봐도 아빠도 이거 보고싶겠다. 참.. 누가보면 지금까지 참 애틋한 부녀지간일줄 알 것 같네요...

저는 아빠를 사랑해서 이러는걸까요, 죽고나면 후회가 남을까 이러는걸까요.

최근 엄마가 생계를 위한 일도 하시고있고, 집에는 90세가 넘으신 시어머니도 계시고, 와중에 입원한 아빠까지 챙기느라 몸살이 난걸 알게되고 (그마저도 숨기려고 한 엄마네요..) 신혼인 남편도 내팽개치고 바로 ktx를 끊고 제가 아빠 병원으로 향하는데..

ktx 문이 닫히자마자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더니 소름이 끼치면서 숨이 막혀오더라구요.. 세워달라고해야하나 어떡하나 이러다 죽겠다 여길 탈출해야 내가 살겠다 라는 생각이 온 머리를 지배하는 순간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릴때 제 증상이 조금 나아지더라구요. 가긴 가야하니까 내릴 순 없으니까 급하게 제미나이에게 증상을 말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알려달라하고 그렇게 겨우겨우 2시간 정도를 버텨서 도착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차를 타고 터널을 들어가도 똑같은 증상이 생겨서 창문을 열어서 겨우 진정하고 눈을 감습니다..

전 원래 이런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는데...

무섭습니다. 갑자기 왜이러는지.. 다시 안그랬던 저로 돌아갈 수 있겠죠.. 잠시 일시적인 현상인거겠죠..?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냥 저같은 분들이 혹시나 있을까..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아는 분이 혹시 계실까요...

다들 힘내세요..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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