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서울 숲 -'비가 내리면" ​정헌재

미카엘2015ㅣ설본
2026.07.22 18:04 | 조회 175

오랜만에 서울숲에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뚝섬역 부근에 새로 오픈한 생선구이집이 맛있어 보인다고 해서 겸사겸사 걸음을 옮겼습니다. 혹시나 웨이팅을 해야 할까 걱정하며 찾아갔는데, 다행히 비가 내린 덕분인지 자리가 넉넉했습니다.

아내는 고등어, 저는 갈치를 주문했습니다. 영수증 리뷰를 작성하면 음료수를 서비스로 준다고 해서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얼른 리뷰를 써서 올렸네요. 참 오랜만에 생선구이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촉촉하게 비 내리는 서울숲을 걸었습니다.

서울숲에 갈 때면 늘 집에서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가곤 합니다. 사실 커피 그 자체보다는 '퍼먼트'의 애플파이를 곁들이기 위해서지요. 서울 시내에서 먹어본 애플파이 중 단연 으뜸이라 생각하는 곳입니다. 크기도 큼직한 데다 속도 알차고, 가격까지 착해서 서울숲에 올 때마다 빠짐없이 들르곤 합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포장 대신 매장 테이블에 앉아 먹었는데, 마침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퀸아망'을 알게 되어 함께 맛보았습니다. 애플파이에 전혀 뒤지지 않는, 그야말로 쌍벽을 이루는 맛이더군요.

다만, 이번 서울숲 방문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정원박람회가 열린다 해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지나치게 인공적인 시설물이 많아 오히려 숲 본연의 자연스러운 멋을 해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은행나무 숲에 수많은 조화를 심어놓은 모습을 보고는 아연실색 '아름다운 숲에 어떻게 조화를 심을 생각을 했을까?' 싶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이맘때면 알록달록 눈을 즐겁게 해주던 수국정원마저 인공 구조물들로 대체되어 볼 수 없게 된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오는 10월에 정원박람회가 끝난다고 하니, 하루빨리 인공 구조물들이 철거되어 숲이 예전의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어준 건 배롱나무였습니다. 올해는 배롱나무꽃을 보지 못해 내심 아쉬웠는데, 서울숲 한편에서 반가운 배롱나무 한 그루를 만났습니다. 요리조리 카메라 렌즈를 대보며 꽃 그늘 아래 한참을 서성였네요. 빗물 머금어 더욱 짙어진 꽃향기에 취해 마음까지 아찔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듯, 나도 모르게 입 안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툭 떨어져 나왔습니다. “좋다 참 좋다”

비가 내리면

- 정헌재

비가 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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