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방학이라 집에 돌아왔다
벌써 고2
입시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적어도 대놓고는 하지 않는다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대학교 학과 안내서며 입시 자료며
눈에 보이는 대로 모아 슬쩍 던져줄 뿐이다
아들은 그것도 압박이라고 느끼는 모양이다
입시 준비생이
학과 안내서 몇 장에 프레스를 느낀다니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럽다
“이번 방학 목표가 뭐야?”
수학을 좀 정리한다든지
영어 단어를 몇 개 외운다든지
관심 있는 학과를 찾아본다든지...
내심 기대했던 대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아들이라는 녀석은...
“3D 프린터 사용법을 마스터하는 거요”
“그러니까 3D 프린터 사주세요”
하~~
가뜩이나 주식계좌도 녹아내려 씁쓸한데
텅장을 넘어 마이너스 계좌까지 파게 생겼다
아들의 방학 일과는
묘하게 줄을 타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다녀오고
아침밥을 먹고
다시 잔다
열 시 반쯤 일어나 스카에 간다
운동도 했고
밥도 먹었고
스카도 갔으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스카에서 오는 문자를 보니
제법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는
“아빠, 저 학원 하나만 끊어주세요”
호~~
이 녀석이 드디어 위기감을 느꼈나
“무슨 과목?”
“복싱이요”
하~~ ㅠㅠ
이번 방학 목표는
3D 프린터 사용법을 마스터하는 것이고
다니고 싶은 학원은
복싱학원이다
입시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고2의 방학치고는 제법 독창적이다
내가 아들에게 늘 해온 말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라고
남이 정해준 길 말고
네가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해놓고
이런저런 입시 안내서는 계속 모으고
공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면서
스카에는 몇 시에 갔는지 은근히 확인한다... ^^;
후회 없이 살라면서
후회할까 봐 제일 걱정하는 사람도 나다
그런 아빠 앞에서
아들은 3D 프린터를 사달라 하고
복싱학원을 끊어달라 한다
그 나이 때의 나와 너무 닮아서
뭐라 한소리도 못하겠다
광복절이 지나 개학하면
아들도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도
아내도 해방이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ㅠㅠ
살아 있으니
이런 티키타카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