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한국숲정원, 맨발로 걷고 여름비와 마주한 날
예전부터 산책 코스로 늘 즐겨 찾던 남산. 최근 ‘한국숲정원’이 새로 조성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전국의 대표적인 전통숲과 정원을 모티브로 해, '전통과 문화', '자연과 생태', '휴양과 휴식'이라는 3가지 테마 아래 무려 11개의 정원으로 꾸며졌다고 하는데 손길이 닿은 만큼 볼거리가 훨씬 풍성해져 걷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 남산의 새로운 발견, 부드러운 황톳길 맨발 걷기
이번 산책에서 가장 눈에 띄고 감탄했던 곳은 바로 맨발로 걸을 수 있게 조성된 황토길이었습니다.
💡 추천 뽀인트! 그동안 여러 곳의 황토길을 가봤지만, 이곳만큼 흙이 부드럽고 질이 좋은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짧은 거리였지만 맨발로 흙을 온전히 느끼며 걷고, 시원하게 발을 씻고 나니 발걸음이 날 듯이 가벼워졌습니다. 남산 가시는 분들은 맨발 걷기 코스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 계획에 없던 선물, 여름비와 낭만적인 풍경 속으로
수요일 오전에 비 소식이 있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죠. 갑자기 하늘이 새까매지더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걷기 무리라 판단해 쉼터에 앉아 여름비 내리는 풍경을 오롯이 지켜봐야 했습니다. 옆자리의 다른 분들은 모처럼 준비해서 왔는데 비 때문에 망쳤다며 아쉬워하셨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오히려 이런 가까이서 만난 여름비가 큰 선물처럼 느껴졌거든요.
🎶 눈과 귀가 호강하는 시간: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고, 빗소리는 마치 멋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 고소한 흙냄새: 빗물에 튀어 오르는 흙냄새는 묘하게도 고소한 튀김 냄새(?)처럼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비가 잦아들면 걷고, 다시 굵어지면 처마나 쉼터에 머물며 ‘놀멘 놀멘’ 이어간 산책. 남쪽 산책로의 숲정원부터 늘 익숙한 북쪽 산책로를 거쳐 남산 한옥마을까지, 완벽한 코스였습니다.
📸 비 오는 날 산책만의 특권, 고요를 담다
비 오는 날의 뜻밖의 장점도 있었습니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던 산책로에 인적이 드물어, 사람 없는 고요한 풍경을 마음껏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죠.
비가 사람들을 데려간 자리, 나 혼자 걷는 듯한 그 여유로움이 참 좋았습니다.
남산 숲정원에서
엄인호 feat . Claude
열한 개의 정원을 품은 산자락
전통과 자연과 쉼이
나란히 발걸음을 맞춘다
황톳길에 맨발을 내려놓으니
땅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부드럽게, 서두르지 말라고
먹구름이 하늘을 지우고
굵은 빗줄기 쏟아지던 순간
피할 곳을 찾아 앉았을 뿐인데
그것이 오히려 선물이었다
빗소리는 오케스트라처럼 번지고
흙냄새는 고소하게 피어오르고
젖은 나뭇잎 사이로
여름이 가장 깊게 숨쉬고 있었다
비가 사람들을 데려간 자리엔
텅 빈 산책로만 남아
나 혼자 걷는 듯한 고요가
사진 속에 조용히 담긴다
놀멘 놀멘 걷다 보니
한옥마을 처마 끝에 닿았다
비도 숲도 흙도
모두 나를 씻겨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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