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배롱나무-국립중앙박물관

미카엘2015ㅣ설본
2026.09.02 18:14 | 조회 41

오늘 오전,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전시를 보러 간 것은 아닙니다. 아내와 이촌동의 ‘오 통영’에서 점심을 먹고, 동빙고에 들러 팥빙수로 달콤한 디저트까지 즐긴 뒤 에너지 소비를 위해 산책을 하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 배롱나무를 만났습니다. ‘석 달 열흘 붉게 핀다’는 말처럼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붉은 꽃을 가득 피우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 붉은 꽃들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을 사람이 아이를 해산하는 것에 비유한다면, 배롱나무는 가장 뜨거운 한여름에 출산을 하는 셈이 아닐까요. 뜨거운 햇볕과 무더위 속에서 저토록 많은 꽃을 피워내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연은 참 신기합니다. 봄이면 형형색색 화려한 꽃이 피고, 여름이면 푸른 신록과 배롱나무가 계절을 이어가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겨울이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눈꽃이 찾아옵니다. 어느 한때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오늘 만난 배롱 나무를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때로는 무덥고 지치고 힘겨워도, 하나님께서는 그 곤한 인생 행여 쉬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자연 곳곳에 선물을 숨겨 놓으신 것이 아닐까. 하여 사시사철 우리가 누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귀한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배롱나무

-제미나이

여름 한낮, 뜨거운 불볕을 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너는 피어있구나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석 달 열흘, 뼈를 깎는 붉디붉은 진통으로

이 계절의 가장 뜨거운 생명을 낳고 있구나

봄의 푸르름이 물러간 빈자리를 메우고

단풍이 오기까지 숨이 차도록 붉게 타오르며

길 잃은 마음마다 피워 올리는 온기

고단한 삶을 묵묵히 걸어가는

지친 우리를 향해 내어준

눈물겹도록 다정한 하늘의 선물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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