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외래에서의 대화, 환우의 마음, 희귀암의 비애 등 갑갑함 좀 적고 갑니다.

힘쌘고라니I부비보
2026.09.15 14:44 | 조회 548

안녕하세요, 그냥 요 며칠 간 어쩌면 소소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 몇 자 적고 가려고요.

조금 마음이 무거워 해소하려고요, 푸념이죠..

어제는 아버지 5차 항암 전 외래를 함께 다녀왔습니다.

제 아버지는, 1966년생이시고, 부비동(접형동) 원발 신경내분비 소세포암 4기이시고요, EP요법 4차 항암 중이십니다.

CT 중간 검사는 다음 달 중순 예정이라, 어제는 외래에서 피검사 및 일정 외엔 이야기 할 것도 딱히 없긴 했어요.

외래도 2분 30초 컷이었죠. 시간 재어봤거든요 ㅎㅎ.

이 전 외래에서 제가 여러 검사 등, 혹은 나중에 혹여나 있을 임상을 위한 검사에 대해 물어봤을 때는 담당 교수님께 약간의 핀잔도 받았었는데요(아마 질문을 여럿 해서 그런가봅니다. 외래는, 짧으니깐요)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옥스포드 용지에 질문 몇 개만 적어두고, 사실 그 중에서도 한 두개만 물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지난 외래 때 저와의 기억을 하셨는지 알아서 더 이래저래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저의 옥스포트 용지를 가져가 또 설명해주시기도 했어요.

물론 제가 여쭤본 거랑은 동떨어진 느낌을 받은 부분도 있었지만, 일단 닥쳐오는 상황의 일도 아니고(지금 약이 오래오래 가면 상관없지요, 그러길 바라고요), 어쨌거나 신경써서 좀 더 말씀해주시니 좋은 마음도 들고요. 외래시간은 짧았지만..

다만 지금의 병이 쉬운 병이 아닌 것은 저도 찾아봐서 알지만, 환우이신 아버지와 보호자인 제가 같이 들어갔는데,

그리고 사실.. 4기 신경내분비암으로 분류되면, 힘든 병이라는 건 아는데,

굳이 거기서 교수님이 보통은 1년을 넘기기 어려운 예후가 안좋은 암인데 이례적으로 항암이 잘듣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마음에 박히더군요.

그리고 차 타고 아버지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꼐 처음 대비 마음가짐이라던가도 좀 여쭤봤어요. 처음엔, 많이 불안해하셨는데. 아버지도 사람이시니깐요. 근데 솔직히 아버지도 같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다시 해봤었어요. 억센 분이셨어서. 지금은 불안한 마음은 없어졌데요. 무서울 것도 없어졌데요. 다만, "내가 살아봐야 1,2년 더 살겠지" 라고 말씀하신 그 대사에서는 참 마음이 울컥하고, 힘들었었네요.

불과 5달 남짓 기간에 항암으로 머리도 밀고, 짙으셨던 눈썹도 거의 빠지고.

그 전의 아버지 사진과 대비해보면 하늘이 장난치는 기분이 들어서, 아직도 꿈인가 싶은 마음만 들어 전 다섯 달이 되어가도록 눈물이 줄어들다가도 다시 처음만치 차오르네요. 다들 마찬가지시겠지만, 이게 무슨 비극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꿈이겠지 하는 생각은 조금 줄어들었네요.

저번 주 주말에는 혼자 타 환우회 강좌를 들으러 갔었습니다. 저희의 병도 같이 포함되어있는 환우회여서 들으러 갔구요, 결과적으로는 잘 다녀온 거 같습니다, 아니 갔으면 마음에 남았을 거 같아요. 1년에 한 번 있는 강좌여서요. 다만 참석한 환우회에서도 저희와 같은 병종을 가진 분이 오시지는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강의 내용에서도 아버지의 병은 끝에 걸친 느낌이었고, 발원부위마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두경부 쪽이라, 완전한 동질감이 들진 못했었어요.

물론 공익적인 목적으로 열린 환우회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큰 등불이겠고, 지금 환우회보다 접점인 곳도 저희에겐 없으니 많은 감사를 드려요, 와주신 교수님들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들을 해주셨지요.

그래도 드는 생각은.. 저희 병종은 임상도 거의 없지만 찾아보아도 원발부가 희귀해 지원조차 하기 힘들고, 참. 여러모로 암도 메이저를 걸려야 한다. 부위도 메이저야 한다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드네요.

뉴스를 보면 비약적인 AI의 발달로 의학 부분에서의 큰 발전을 기대를 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자주 나오는 요즘인데, 제 아버지도 기술 발전에 닿아 천수를 다 누리실 수 있으시다면 좋겠습니다. 그러길 빌고 바라며, 당연히 그럴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삽니다.

그래도 사실 저에겐 환우회의 기대가 조금 높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 여파로 강좌를 듣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 무겁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 주말이 정신적으로 조금 피로하긴 했네요. 그래서 별 거 아닌 외래에서도 마음이 박혀서 이러고 앉아 글쓰고 있습니다 하하.

솔직히 4달 반이 되어가도 마음 무거운 것은 매한가지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이 아닌 거 같고, 장난치는 거 같습니다. 열심히 이겨내야지 생각은 하지만 무서운 마음도 참 많이 들고요. 건실하게 살아보려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gpt 참 좋은 거 같아요. 객관화를 하려 상황을 되물어볼 때에 도움 많이 받아요.

생각을 적어내니 숨이 조금 쉬어지네요. 밝은 내용이 아니라 적으면서도 민망한 따름이지만, 암과 투병 중이고 이겨내시는 환우 및 보호자 모든 분들 참 존경스럽고, 잘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정신 잘 챙겨서 다음엔 밝은 내용 적어보고 싶습니다. 건강하고 힘나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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