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식 이야기입니다.
암투병을 하다보면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많이 알려진대로 술은 나쁘고 채소는 좋다, 뭐 그런 단편적인 거 말고
왜 이 음식은 좋고 저 음식은 먹으면 곤란한지 한번쯤 상기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You are what you eat"
제 폐암 투병시절 주치의가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직역하자면 '니가 먹는게 곧 너다'이죠.
그만큼 먹는 음식이 중요하단 걸 강조한 말입니다.
암환자가 음식을 먹을땐 이것이 면역계를 북돋우냐, 억제하느냐를 기준으로 고르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면역계를 좀 알아야겠쥬?
우리 몸의 면역계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일 큰 것은 장관면역으로, 장내 수백조의 미생물로 이루어진 면역시스템,
그 다음이 목과 겨드랑이, 가슴쪽에 있는 림프면역,
마지막으로 피 속에 있는 백혈구 속의 림프구로 이루어진 혈액면역입니다.
림프면역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이나 이물질을 감지해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코, 인후두, 기관지, 폐 등 외부와 연결된 부위, 즉 경부림프절, 액와림프절처럼
얼굴과 목, 가슴 주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신체 다른부위에서는 상처나 화상이 아닌 이상 외부감염의 기회가 거의 없죠.
혈액면역은 비중이 미미합니다.
60kg 성인의 피에 있는 림프구를 채로 싹 걸러 하나로 뭉치면 포도알 정도 크기라고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었죠. (아래 링크 참조)
혈액면역은 비중이 미미하지만 효과는 강력해서 다른 면역계와 달리 암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두둥!! 장관면역계.
음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 면역계가 핵심입니다.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장관면역계 약 70%, 림프면역계 약 25%, 혈액면역계 5% 정도입니다.
크기를 과일로 비유하면 수박, 사과, 포도알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장관면역 비중이 이렇게 크다보니 이게 혼란이 오거나 억제되면
우리 면역의 3분의 2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암환자에겐 입으로 먹는 음식이 장건강에 영향을 주냐 안주냐가 아주 중요해집니다.
음식은 침, 위산, 담즙같은 소화효소에 의해서 1차적으로 분해되지만 그걸 통과하면
그 다음은 장이 알아서 해야합니다.
해부학적으로 장에서 흡수된 성분은 장간막 혈관을 통해 간으로 직행하고
거기서 전신순환을 타기 때문에 장에서 흡수된 유해성분은 결국 혈액과 림프면역에까지 영향을 주게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장관면역에 좋지 않은 음식이 내려올 경우
흡수를 막기위해 설사를 통해 강제로 내보내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생물군의 치열한 전투로 더부룩하게 가스가 차고 장염이 생기기도 하죠.
그러므로 우리는 장내의 미생물군을 도와서 늘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켜줘야합니다.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냐 말하자면 너무 많아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유산균이 많고 발효가 된 식품들, 예를 들면 잘 익은 김치국, 낫또와 청국장 음식, 치즈 등은
장내 미생물 작용에 도움이 되겠지요. 단, 이런 음식들은 쉽게 상하기도 하니 청결만 신경쓰면 됩니다.
반대로 미생물에 발효가 안되는 음식들은 장에서 트러블을 일으키고
장관면역을 떨어뜨릴 확율이 커집니다.
제 개인적으로 튀긴음식과 방부제가 많은 음식들이 기피대상 1호들입니다.
튀긴음식을 많이 먹고나면 염증반응도 확연히 올라가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저는 비강암 수술과 방사선으로 코 점막이 좋지 않기 때문에 코 세척을 자주 합니다.
몸에 염증반응이 올라가면 코세척시 바로 알아챕니다. 코딱지나 콧물의 양, 색깔 등이 다르거든요.
또 갑자기 사춘기처럼 뾰루지가 나거나 자고나서 눈꼽이 많이 생기고, 아침 첫 소변 색깔도
맑지 않은 경험도 있습니다. 다 염증반응입니다.
밀가루가 안 좋네, 당분이 많은게 안 좋네들 하시지만 저는 튀김류과 즉석식품들이 제일 꺼려집니다.
튀긴음식과 방부제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썩지를 않습니다. 즉, 미생물의 분해작용이 안먹힌다는 말이죠.
음식이 장으로 내려가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되고 분해가 되야되는데 그게 안됩니다.
기름에 고온으로 튀겨지면서 발생한 산화유기물, 방부제 속에 든 첨가제, 화학물질 등이
분해되지 않고 간으로 직행합니다.
지난달에 회사 차량을 빌려간 손님이 도넛츠를 차 뒷좌석에 놓고 갔습니다.
이를 몰랐던 직원들이 차를 차고지에 주차했고 일주일쯤 뒤 제가 차량을
정비공장 보내려고 가져왔다가 발견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방금 나온 음식처럼 깨끗합니다.
더운 날씨에 차안에서 일주일 넘게 방치되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잡티하나 없이 깨끗할까요?
잼은 여전히 촉촉했고 빵도 딱딱하게 굳지 않고 말랑했습니다.
음식은 상온에서 시간이 지나면 썩어야하는데 왜 이건 멀쩡할까요?
이 도넛은 기름에 절여지다시피 만들어졌고 사용된 밀가루에도 보존제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상온에서 당연히 썩어야 할 음식이 썩지 않는다면
장에 들어가도 발효나 분해가 안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튀김류 외에도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도시락, 1회 용기에 담긴 음식들은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아낌없이 썼을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잘 썩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밀가루 국수, 사이다, 가끔 맥주도 한모금씩 마십니다만 이런 이유로
튀긴 음식과 밀키트 종류는 최대한 안 먹으려 노력합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 원인들이 아주 많겠지만,
결국 약은 동일해도 개인의 면역과 섭생, 바탕체력에서 성패의 결과가 갈리는 것이고
이런 음식섭취가 별 것 아닌거 같아도 작게나마 영향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이것 말고도 음식에 대한 얘기가 아주 많은데 기회가 될때마다 한번씩 풀어보겠습니다.
-암환자는 좋은 면역이 필요하다
-좋은 면역은 장에서 70% 완성된다
-장에 좋은 음식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쉽게 흡수/발효되는 음식이다
-장에 부담을 주는 음식은 미생물 작용이 안 먹히는 음식이다
-내가 먹었을때 속이 편하고 소화가 잘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음식은 좋은 음식이다
-내가 먹었을때 배가 불편하고 가스가 많이 차고 설사가 나는 음식은 나랑 안 맞거나 좋지않은 음식이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