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 *아*이*허*브* 해외 직구가 유행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는 *아*이*허*브*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글이 넘쳐났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면 얼마나 저렴한지, 어떤 성분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지, 자신이 먹어 본 제품 가운데 무엇이 가장 괜찮았는지.
상당히 정성스럽게 작성된 정보성 게시물들이었는데, 글의 끝에는 어김없이 추천 코드가 달려 있었다. 그 코드로 구매가 이루어지면 작성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였다.
그렇게 정보를 나누는 것과 물건을 파는 것의 경계가 흐려졌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광고 방식도 훨씬 정교해졌다. 추천 코드도 필요 없다. 구매 링크를 처음부터 걸 필요도 없고, 제품명조차 먼저 밝히지 않는다. 사람들의 질문과 대화, 경험담 자체가 광고가 된다.
포르노 산업이 온라인 결제와 콘텐츠 전송 등 인터넷 기술의 상용화에 영향을 미쳤듯, 광고와 마케팅 산업은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이끄는 강력한 동력 중 하나다. 사람들의 관심을 분석하고 소비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누군가의 관심이 돈이 되는 세상에서, 암환자와 보호자의 절박함도 마케팅의 표적이 된다.
황칠 제품이나 열순환기 같은 상품들이 암환자와 보호자의 고민을 담은 게시글과 댓글을 통해 반복적으로 추천되는 사례는 매우 심각해 보인다. 정작 글의 제목과 내용은 항암 부작용이나 수술 후 회복, 가족의 투병 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에 알고리즘이 더해진다.
한 번 관심을 보이면 비슷한 이야기를 가져오고, 거기에 반응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운동화를 검색한 사람에게 운동화 광고가 따라오는 정도라면 크게 문제 삼을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암 진단을 받은 직후의 사람은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정보를 소비하기 어렵다.
재발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도, 종양표지자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항암치료가 연기되어 불안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에게 "이걸 먹고 좋아졌다", "같은 병실 환자가 알려줬다", "우리 어머니도 도움을 받았다"는 말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
사람은 절박할수록 확률보다 이야기를 믿는다.
의학적인 근거를 설명하는 긴 문장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좋아졌다는 짧은 경험담에 더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알고리즘은 그런 절박함과 평범한 관심을 구별하지 못한 채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보여준다. 어제 읽었던 이야기가 오늘도 보이고, 다른 카페에서도 비슷한 후기가 나타난다. 블로그에서도, SNS에서도 같은 상품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양이구나.'
'이렇게 자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그러나 여러 번 보았다는 사실이 그 정보가 옳다는 증거는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의 경험담처럼 보이는 글들이 실제로는 같은 광고 목적에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화면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창문이 아니라, 내가 오래 바라본 것을 더 많이 보여주는 거울에 가깝다. 이른바 필터 버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알고리즘에는 선의도 악의도 없다. 진짜 환자가 남긴 투병 기록과 환자인 척 꾸며낸 바이럴 게시물을 인간처럼 이해하고 구별하지 못한다.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바탕으로 무엇을 더 보여줄지 결정할 뿐이다. 예전 광고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전단지를 뿌리는 일이었다면, 지금의 광고는 관심을 보인 한 사람의 화면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일에 가까워졌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그럴듯한 경험담을 만드는 일도 쉬워졌다. 실제로 겪지 않은 투병 생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보호자의 절박한 심정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사연이 구체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진짜 경험이라고 믿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누군가 특정 상품이나 병원을 권유한다면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해왔는지 한번 살펴보셨으면 한다. 평소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가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글에만 나타나는 사람인지, 여러 게시물에서 비슷한 추천을 반복하는지, 유독 구매 방법이나 제품명을 알려주는 데 적극적인지. 궁금하다면 닉네임을 한번 눌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보인다.
질문을 올린 사람과 답변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매끄럽게 특정 상품으로 대화를 이끌어 간다면 조금 더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상품을 추천하는 글을 여러 번 보았더라도 각각 독립적인 경험인지 살펴보고, 효과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도 확인했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담과 나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구분해야 한다.
아름다운동행에는 지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살았다는 이야기, 두렵다는 이야기, 다시 암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 항암을 마쳤다는 이야기, 아이의 졸업식을 보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냈다는 이야기.
그렇게 누군가가 살아낸 시간들이 이곳에 쌓여 왔다. 처음 이곳을 찾아온 사람은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의 글을 읽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신이 겪은 일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들이 아름다운동행을 지탱해 왔다.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남긴 진짜 투병 기록이 검색 노출을 계산해 만들어진 가짜 경험담보다 뒤로 밀려나는 세상은 보고 싶지 않다. 어렵게 쌓아 온 신뢰가 누군가의 판매 실적을 위해 소비되는 일도 보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동행에서는 오랫동안 의료기관과 업체의 위장 광고와 바이럴 마케팅을 막기 위해 애써 왔다. 환자나 보호자를 가장한 계정을 찾아내고, 광고성 게시물과 댓글을 삭제하고, 때로는 법적 대응까지 해왔다.
그러나 회원 여러분이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블로그를 읽고 SNS를 둘러보는 순간, 다시 수많은 광고와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는 광고라는 사실조차 알아채기 어려운 게시물도 적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막아도 어느 순간 여러분은 이런 광고에 둘러싸여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회원 여러분이 스스로 정보를 분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자신이 읽는 정보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한 번쯤 살펴봐 주셨으면 한다. 나는 광고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일은 정당한 경제활동이고, 유익한 광고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만 광고라면 광고라고 밝혔으면 좋겠다.
상품을 판매하려는 사람이 환자의 얼굴을 빌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홍보를 위해 누군가의 투병 생활을 꾸며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암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함을 상업적인 도구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술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알고리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광고는 앞으로 더 자연스럽고 정교해질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믿지 않는 것, 많은 사람이 추천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누군가의 경험을 존중하되 그 경험이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는 것.
알고리즘이 무엇을 보여줄지는 우리가 다 정할 수 없지만, 그 앞에서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당신의 알고리즘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