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어제같은 1년이 찾아왔네요...

캐
캐롤잉
2021.09.01 07:44 | 조회 1.1k

1년 전 딱 이날, 사랑하는 아빠를 어쩔 수 없이 보내 드린 딸입니다.

작년 5월부터 시작한 불행을 시작으로 아빠를 잃을까 봐 맘 졸이던 여름의 계절..

고작 3개월이었는데, 가을 알리기 무섭게 아빠는 그렇게 허무하게 가셨어요..

분명 아산병원 응급실 가기전 손을 꼭 잡고, '아빠 힘내자, 이 숫자 알아 볼 수 있어? 이게 몇이야? 물었더니'

귀찮은 내색은 커녕 힘에 부쳐 기어가는 목소리로 '셋' ... 이게 아빠와 저의 마지막 대화였네요..

​

사랑하는 우리 아빠가 지금도 살아계셨다면,

올 1월에 결혼한 저와 듬직한 사위의 모습도 봤을 것이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둘째 남동생이 긴 구직생활을 마치고 한달 전 좋은 곳으로 취직한 소식도 접했을 것이고,

막내 동생도 20대 젊은 패기로 치킨 가게 차려서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는 걸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을 우리 아빠였을 겁니다..

​

아빠의 죽음으로 느낀건..

우리가 모시고 믿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신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떠나면 그 뿐.. 제사로 고인의 넋을 위로한다지만, 정말 아빠의 영혼이 집에 들려서 우리의 모습을 봐주실까,

하늘 위에는 먼지와 수 많은 돌덩이인데,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까..?

아무리 부유해도 갈 때는 텅텅 빈 손으로..

모든 생각들이 현실적이면서 부정적으로 흘러가서 마음이 암흑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아빠는 너무 속상해 하겠지만, 1년째에도 전 아직도 많이 울고 있습니다..

많은 동행 가족분들도 그러하듯, 저 또한 사랑하는 가족, 아빠를 하루라도 생각 안 해 본 적이 없어요..

눈을 떠도, 눈을 감을때에도, 맛난걸 먹어도, 즐거워도 슬퍼도 귀결은 아빠네요...

​

아직 믿겨지지 않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아빠의 음성과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걸요.. 마치 지금도 우리 가족 곁에 있는 것 처럼.

​

저희 아빠는 가난한 집에 태어난 맏아들입니다.

가난하기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당연히 공부는 커녕 생업에 바로 뛰어들어야 하는 입장이었지요..

돈이 없어 중학교만 졸업했고, 엄마를 만나 결혼을 하고, 제가 태어났네요.

저 같았음 세상을 불평 불만 가득한 채로 살아 갔을텐데, 정말 아빤 초긍정왕이어서 생전 불평/불만을 들어본 적이 없는것 같아요.

성품도 순해서 생전 싫은 소리도 못해서 엄마가 많이 답답해하고 역정을 내셨지만,

전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존경하며, 엄마에게는 소리지르며 대꾸해도 아빠에게 만큼은 절대 그러질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아빠를 우리 집의 기둥으로서 존중하고 따랐던 것같아요.

​

혹독한 현실을 일찍이 깨우친 엄마를 만나 악착같이 돈 모아서 어엿한 아파트 자가로 구입하고,

물론 대출을 받아 마련했지만, 이 대출금도 다 갚았습니다.

이 때 전 고등학생이었고, 어느날 아빠가 방에서 매우 흐뭇해하면서 드디어 대출금 다 갚았다고 좋아했던 모습이 엊그제 같네요..

빠듯한 살림에 3남매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고.. 키우는 것도 벅찬 와중에도 집 하나 마련했다는게

제가 결혼하고 보니 얼마나 아끼고 열심히 살아왔는지 부모님이 너무나 존경스럽더라구요..

​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모습 저 멀리서 지켜보면서 이곳이 우리가 앞으로 살 곳이야 하며 설레여 하던 우리 가족들,

20년 다되가는 우리 집이 제일 잘빠졌다며 항상 흐뭇해하던 우리 아빠,

한 때 경제적으로 힘들었을때 엄마와 싸운 후 속상해하며 집에 나간 아빠를 따라가니, 능력이 없어 미안하다고 한 착한 우리아빠.

아산 병원 일주일 입원때 간호사 언니에게 못난 딸 이쁘다고 자랑하던 우리 아빠.

아픈 와중에 한 번도 짜증안낸 선하고 선한 우리 아빠.

그토록 기다리던 30년 부었던 연금 한달 앞두고 세상 떠난 우리 아빠..

사후 단돈 57만원 가지고 있었던 우리 아빠..

첫째딸은 100점이라고 해준 우리 아빠...

​

오늘은, 아빠가 잠들어 있는 화성 납골당으로 또 인사하러 갑니다. 사위와 같이.

그리곤,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친할머니 인사드리러 안동가보려구요~

아빠 목소리로 대신 전화를 받을 순 없지만, 당신 자식 더이상 아프지 않은 곳에 잠들어 있다고, 말해주려구요..

​

아빠가... 많이 좋아해주시겠죠?

그래도 사위가 딸이랑 어머니에게 인사하러 가니까요?

​

미칠듯이 보고싶고 그립네요.. 아빠랑 통화하고 싶고, 껴앉고 싶고, 카톡도 하고 싶어요...

신이 있다면, 환생이 존재한다면,

착한 우리 아빠, 다음 생엔 꼭 덕 많고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거 먹고 잘 배우고 아프지 않았음 좋겠어요..

꼭 다시 우리 아빠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절대로 단 한번도 아빠 능력없다고 생각한적 없고, 위대하고 존경하고 아직도 이렇게 아빠를 사랑하는 딸과 가족들이 있으니,

꼭 제 마음 속 이야기가 아빠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까지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보고싶은 마음에 슬퍼 주절 주절 했네요..

다들 건강하세요..

​

그리고 사랑해 아빠, 나의 아빠 김종수.

육체는 없지만 우리와 영원히 함께.

​

​

​

Naver
목록으로

댓글

22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